국회 국정감사 둘째 날 현장은 한숨이 나오게 한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퇴장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했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방미통위 신설이 '숙청'인지 '개혁'인지를 놓고 진영 간 평행선을 달렸다. 극한의 대치 속에서 정작 국정감사가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와 기관들을 감시·견제하는 헌법적 권한이다. 야당의 견제 기능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며, 정부 출범 초기일수록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감시하는가이다. 감정적 대립과 정치적 공세는 국정감사의 실질적 기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까지 잃게 만든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책적 실질성이 부재한 채 진영 논리만 강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규제 지역 확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 논의, 정보시스템 이중화 구축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현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중심에는 정치적 책임 공방과 인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국정감사라는 절차적 틀을 이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려는 의도만 드러나는 것 같다. 야당이 현 정부의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이 야당의 부당한 정치 공세에 맞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의 본질은 정책 검증에 있어야 한다. 강남 3구 이외의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추가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다각적 방안이 필요한지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통신 체계 개편이 어떤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 사태를 두고 "전 정부 책임이냐 현 정부 대응 부실이냐"만 다투고 있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화재가 발생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여야 한다. 국민은 여야가 누가 더 도덕적으로 우월한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립되고 실행되는지를 궁금해한다. 국정감사 문화의 변화는 여야 모두에게 달려 있다. 야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정감사를 도구화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며, 여당도 정당한 질의까지 집단적으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피감기관 역시 성의 있는 답변으로 국정감사의 품격을 높이는 데 협력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국정감사야말로 신정부의 정책 방향을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국민과의 신뢰를 다지는 절호의 기회다. 정치적 감정을 내려놓고 정책 중심의 질의로 국정감사의 본래 기능을 회복할 때, 국회는 비로소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품격 있는 국정감사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관련기사 [2025 국감] 조희대 대법원장 퇴장 거부·매관매직 의혹…국정감사 여야 갈등 심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복구율 30.6% …1등급 서비스 75% 복구 윤호중 장관 "혐오 집회·시위 도 넘었다"…경찰에 적극 대응 지시 정부24 등 복구 속도내는 정부…대구센터 이전 계획도 병행 추진 세종일보 toswns4@daum.net 다른기사 보기 저작권자 © 세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신만 안 본 뉴스 한화 불꽃축제 30일 개최…대전시, 방문객 안전 관리 강화 주민이 채우는 폐교, 지역이 키우는 공간으로 만든다 [사설] 일할 세대가 떠난다 ‘APEC 2025 미래들의 수다’, 청년 시선으로 본 인구위기 어린이 환경교육, 뮤지컬로 배우는 탄소중립 외로움 대신 연결로… 청년 위한 온라인 상담 시범 운영 반복되는 SPC 사고… 노동부 "노동강도·건강영향 재진단 필요" 한화 불꽃축제 30일 개최…대전시, 방문객 안전 관리 강화 개의 댓글 회원로그인 작성자 비밀번호 댓글 내용입력 댓글 정렬 최신순 추천순 답글순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닫기 더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비밀번호 닫기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본문 / 400 비밀번호 닫기 내 댓글 모음 닫기 주요기사
국회 국정감사 둘째 날 현장은 한숨이 나오게 한다.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조희대 대법원장의 퇴장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돌했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방미통위 신설이 '숙청'인지 '개혁'인지를 놓고 진영 간 평행선을 달렸다. 극한의 대치 속에서 정작 국정감사가 본래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와 기관들을 감시·견제하는 헌법적 권한이다. 야당의 견제 기능은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며, 정부 출범 초기일수록 그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어떻게' 감시하는가이다. 감정적 대립과 정치적 공세는 국정감사의 실질적 기능을 훼손할 뿐만 아니라, 국민의 신뢰까지 잃게 만든다. 이번 국정감사에서 눈에 띄는 것은 정책적 실질성이 부재한 채 진영 논리만 강해진다는 점이다. 부동산 규제 지역 확대, 북한의 미국 본토 타격 능력 논의, 정보시스템 이중화 구축 등 국민의 삶과 직결된 중요한 현안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논의의 중심에는 정치적 책임 공방과 인사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마치 국정감사라는 절차적 틀을 이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려는 의도만 드러나는 것 같다. 야당이 현 정부의 정책을 면밀히 검토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당이 야당의 부당한 정치 공세에 맞서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국정감사의 본질은 정책 검증에 있어야 한다. 강남 3구 이외의 지역이 규제 지역으로 추가되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어떤 다각적 방안이 필요한지를 깊이 있게 논의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통신 체계 개편이 어떤 경제적·사회적 파장을 만들 수 있는지를 전문적으로 검토하는 것이 국정감사다. 정보자원관리원의 화재 사태를 두고 "전 정부 책임이냐 현 정부 대응 부실이냐"만 다투고 있는 것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화재가 발생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재발을 방지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건설적인 논의여야 한다. 국민은 여야가 누가 더 도덕적으로 우월한지 싸우는 모습을 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수립되고 실행되는지를 궁금해한다. 국정감사 문화의 변화는 여야 모두에게 달려 있다. 야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 국정감사를 도구화하는 것을 지양해야 하며, 여당도 정당한 질의까지 집단적으로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한다. 피감기관 역시 성의 있는 답변으로 국정감사의 품격을 높이는 데 협력해야 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지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다. 국정감사야말로 신정부의 정책 방향을 검증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며, 국민과의 신뢰를 다지는 절호의 기회다. 정치적 감정을 내려놓고 정책 중심의 질의로 국정감사의 본래 기능을 회복할 때, 국회는 비로소 국민의 대의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품격 있는 국정감사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높인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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