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일보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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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단지에 연루돼 구금됐던 한국인 64명이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송환됐다. 이들은 한국 정부가 투입한 전세기를 타고 귀국했으며, 전원 범죄 피의자 신분으로 수갑이 채워진 채 입국했다.

이번 송환은 단일 국가 기준 역대 최대 규모다. 호송 경찰관만 190여 명이 전세기에 동승했으며, 피의자 한 명당 두 명의 형사가 양팔을 붙잡은 채 이동했다. 대부분 남성이었으나 일부 여성도 포함돼 있었고, 마스크와 모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고개를 숙인 모습이었다.

이들은 국적법상 국내 영토로 간주되는 전세기 안에서 즉시 체포영장이 집행됐다.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은 뒤 수갑이 채워졌고, 식기류가 필요 없는 샌드위치 형태의 기내식이 제공됐다. 인천국제공항 도착 직후 현장은 경찰특공대와 기동대가 배치된 가운데 삼엄한 경비 속에서 호송이 진행됐다.

송환자들은 대부분 말을 아꼈고, 일부는 A4 종이나 앞머리로 얼굴을 가렸다. 휠체어를 탄 고령자와 문신이 드러난 피의자도 눈에 띄었다. 공항 입국장에서는 한 시민이 욕설하며 호송 행렬에 접근했지만 경찰이 제지했다. 호송차 탑승은 약 35분 만에 마무리됐다.

이들은 △충남경찰청 45명 △경기북부경찰청 15명 △대전경찰청 1명 △서울 서대문경찰서 1명 △김포경찰서 1명 △원주경찰서 1명 등 6개 관서로 분산됐다. 충청권에서는 충남과 대전이 합쳐 46명을 배정받아 가장 많은 인원을 담당하게 됐다.

충남경찰청은 보이스피싱 조직의 핵심 활동지역과 송금책 연결고리를 중심으로 수사하고, 대전경찰청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국내 공범 연계를 조사할 계획이다. 두 기관은 송환자 간 연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합동 분석을 병행하고 있다.

송환자들은 이른바 ‘웬치(Wench)’로 불리는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 등 온라인 사기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59명은 캄보디아 당국의 검거 작전 중 체포됐고, 5명은 스스로 신고해 단지를 빠져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은 “구금된 국민 64명의 송환을 신속히 완료했다”며 “캄보디아 정부와 현지 기관의 협조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박성주 국가수사본부장은 “캄보디아에서 범죄자가 추가로 체포되면 우리 측에 즉시 통보하기로 했다”며 “송환자 전원을 조사해 피싱 조직의 규모와 해외 거점 실태를 밝히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환자 전원에 대해 마약 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박 본부장은 “캄보디아 내에서 약물 투약 정황이 제기된 만큼 정밀 검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충남·대전경찰청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해외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의 자금 흐름과 지역 내 연계망을 추적하며, 충청권 내 추가 피해 사례를 집중 점검할 예정이다. /이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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