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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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9년이 지나면서 흥미로운 패턴이 나타나고 있다. 위반 신고 건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실제 제재를 받는 사람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법의 예방 기능이 작동하는 동시에, 위반 사례에 대해서는 더욱 엄격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국민권익위원회 자료에 의하면, 2016년 9월부터 2024년 말까지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16,175건에 달한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8년에 4,386건으로 정점을 찍은 후 계속해서 하락세를 보이며, 2023년에는 1,294건까지 떨어져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권익위는 이런 감소 현상을 청탁금지법이 제도적으로 안착하고 공직사회 내 인식이 개선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실시한 공직자 대상 인식조사를 보면, 응답자 중 92.9%가 이 법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는데, 이는 2016년보다 7.4%포인트나 높아진 수치다. 또한 관행적인 청탁이나 접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69.0%에서 85.7%로 16.7%포인트 상승했다.

하지만 제재 현황은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인다. 작년 한 해 동안 청탁금지법을 위반해 제재를 받은 사람은 446명으로, 이는 법 시행 이래 가장 많은 숫자다. 이 중 금품 등을 받아서 제재당한 경우가 430명으로 전체의 96.4%를 차지했다. 이는 각 기관들이 위반 행위에 대해 보다 엄중하게 대처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단순히 신고 건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접수된 사건들을 제대로 처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목할 만한 변화 중 하나는 외부강의 초과사례금 관련 신고가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2024년에는 94건의 신고가 접수되어 전년 대비 무려 855%나 급증했다. 위원회 측은 "각 기관에서 외부강의 관리를 강화한 결과"라고 해석했다. 공항공사 등 몇몇 기관은 2024년 상반기에 124명의 임직원이 322차례의 외부강의를 진행하면서 관련 신고 의무를 충실히 이행한 사례를 공개하기도 했다.

제재 방식을 살펴보면 과태료 처분이 284명(63.7%)으로 가장 많았고, 징계부가금 129명(28.9%), 형사처벌 33명(7.4%) 순으로 나타났다. 권익위는 현장 점검을 통해 후속 조치가 빠진 사례 13건을 찾아내고 시정을 요구하는 등 제재의 적절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직자들의 행동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직무 관련자들과의 불필요한 만남이 줄었다는 응답이 82.2%, 인맥을 이용한 부탁이 감소했다는 응답 역시 82.2%로, 모두 전년 대비 증가했다. 이는 법령이 공직 문화 전반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음을 시사한다.

국민권익위는 올해에도 제도 운영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교육 및 정책 지원을 확대해 청탁금지법이 반부패의 핵심 법령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재로서는 제재 기준이나 적용 범위를 바꿀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2025년 매뉴얼에는 2024년까지의 개정 내용들이 포함될 예정이다.

지난 9년간 쌓인 데이터를 통해 청탁금지법의 효과와 정착 과정이 명확히 드러나고 있다. 강화된 제재와 개선된 인식이 함께 작용하면서 공직사회의 청렴도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이런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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