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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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공연예술 분야의 불균형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공연시설은 늘어났으나 실제 활용도는 여전히 낮은 상태다. 지난해 전국 공연장 가동률은 54.5%를 기록해 전년보다 다소 개선됐지만, 이마저도 서울과 광주, 대구 같은 주요 도시들이 끌어올린 결과에 불과하다. 충북과 경남, 경북 등 비수도권 지역의 공연장 이용률은 여전히 저조하며,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활용률이 거의 '0'에 가까운 실정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공연장 자체가 아니라 운영 여건에 있다. 인구 1천 명당 공연예술 예산을 살펴보면, 지역별 문화예산 격차가 구조적으로 굳어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광주시의 경우 올해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 비중이 3.0%에 달하는 반면, 충북과 경남은 1.2% 선에 그치고 있다. 신안군과 순천시, 과천시처럼 문화예산을 상당히 확보한 곳이 있는가 하면, 부산 중구나 인천 옹진군처럼 문화예산이 미미한 수준인 곳도 존재한다.

이러한 현실은 단순히 공연장을 건설하는 것만으로는 지역민의 문화 접근성을 확보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공연시설이 갖춰져 있더라도 이를 운영할 인력과 재원, 기획 능력이 부족하다면 그 공간은 문화공간이 아닌 단순한 건축물에 머물 뿐이다. 문체부와 각 지자체가 2022년 이후 문화도시 사업, 복합문화공간 확충, 공연장 대관료 지원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문화시설의 실질적 가동률을 높이는 데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문화는 단순히 여가 활동의 영역이 아니라 지역민 삶의 품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지방 소멸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도외시하는 접근은 진정한 균형발전이라 할 수 없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하드웨어 구축 위주의 투자 방식에서 탈피해, 콘텐츠 개발과 예술인 육성, 지역 간 협력 네트워크 구축 등 소프트웨어 강화에 예산을 집중 배정하는 새로운 기준을 설정해야 한다. 무대는 마련됐지만, 정작 그 위에서 펼쳐질 공연과 이를 만들어갈 사람들은 아직 준비되지 못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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