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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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장 수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그 속에서 펼쳐지는 공연의 양과 질은 지역별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전국 공연장 가동률을 살펴보면 2022년 50.2%에서 2023년 54.5%로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으나, 수도권과 몇몇 대도시를 빼고는 대다수 공연장이 제대로 활용되지 않는 실정이다. 더불어 인구 1000명당 공연예술 예산 역시 지방자치단체마다 천차만별이어서, 지역 간 문화 격차가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2024년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광주광역시가 전체 예산 대비 문화예술 예산 비율 3.0%로 전국 최고치를 달성했다. 하지만 충북과 경남의 경우 각각 1.2% 수준에 그쳐, 문화예산 배분에서도 수도권 위주, 대도시 편중 양상이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기초자치단체별로는 신안군이 4.28%, 순천시가 4.19%의 높은 비율을 보인 한편, 부산 중구는 0%, 인천 옹진군은 0.05%로 문화예산이 거의 전무한 상태다.

공연장 운영 현황 또한 이런 예산 배분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서울, 광주, 대구 같은 도시들은 문화예산은 물론 공연장 가동률, 공연 개최 횟수, 티켓 매출액 등 모든 지표에서 전국 평균을 웃돌고 있다. 반대로 충북, 경북, 경남 등은 공연장 자체는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이용률은 현저히 낮은 편이다. 특히나 농촌이나 소규모 군·구 지역의 경우, 문화시설은 마련해놨지만 운영 인력과 기획력, 그리고 운영비가 따라주지 않아서 방치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문화예산의 지역별 격차가 단순히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는 데 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와 각 지자체의 문화예산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는 있지만, 여전히 수도권과 대형 시설 중심으로 몰리는 패턴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2025년 문체부 총예산은 7조1214억 원이고, 이 가운데 문화예술 분야가 2조409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7% 증가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지역 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정부 차원에서는 요즘 복합문화공간 건립, 생활 친화적 공연장 확충, 지역 내 공연장과 예술단체 간 협력사업 등을 통해 시설 이용률을 높이려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공연장 가동률이 여전히 저조한 지역에서는, 문화예산 증액 없이는 실질적인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공연장만 지어놓는다고 해서 지역 주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가 자동으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며, 그 시설들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결국 지역 공연예술의 불균형 이슈는 단순히 시설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로 접근할 수는 없다. 공연장은 있는데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예산은 책정되어 있는데 문화 프로그램은 만들어지지 않는다면, 문화 접근성 개선은 계속해서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다. 앞으로 문화예산 정책이 시설 위주에서 벗어나 프로그램 개발, 전문 인력 확충, 기획력 강화 쪽으로 방향을 틀지 않는다면, 지방 공연예술은 그저 '있어 보이기만 하는' 겉치레용 인프라로 남을 위험성이 크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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