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플랫폼의 신뢰 문제는 단순히 소비자와 기업 간의 이슈를 넘어, 글로벌 경제와 국가 정책의 핵심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플랫폼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한 사용자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이해관계자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최근의 조사 결과들은 소비자들의 플랫폼 신뢰도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국내외 주요 플랫폼의 신뢰 전략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글로벌 플랫폼은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무기로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과 같은 기업들은 사용자 경험 최적화와 철저한 소비자 보호 정책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 예를 들어, 아마존의 경우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한 '아마존 프라임 환불 정책'과 같은 공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며 신뢰를 구축해왔다. 반면, 국내 플랫폼은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 등에서 강점을 보이지만, 고객 응대나 개인정보 관리 측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히 기업의 규모나 기술적 격차에서 기인하지 않는다. 각국의 법적 환경과 규제 수준도 큰 영향을 미친다. 글로벌 플랫폼이 높은 신뢰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엄격한 소비자 보호 규제와 투명한 기업 운영 구조가 뒷받침된 사례가 많다.

유럽연합(EU)은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s Act)'과 '디지털 서비스법(Digital Services Act)'을 통해 플랫폼 기업의 책임 강화를 추구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들이 불공정 거래로부터 보호받고, 플랫폼이 투명한 정보 제공 의무를 준수하도록 한다. 미국은 소비자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유출 방지에 중점을 두고, 연방 거래 위원회(FTC)를 중심으로 강력한 감시 체계를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은 플랫폼 규제가 비교적 늦게 도입되었고, 기업과 정부 간의 조율 과정에서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시행된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은 국내 기업에 일정한 변화를 가져왔지만, 국제 기준과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소비자의 신뢰를 되찾는 것은 단순히 브랜드 이미지 개선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장기적 생존과 성장에도 직결된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이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투명한 운영 정책 △신속한 고객 응대 △철저한 개인정보 보호를 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흔히 발생하는 환불 거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자 친화적 프로세스를 구축하거나, 고객 리뷰 관리의 신뢰성을 보장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정부 역시 이에 대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규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기업이 자율적으로 신뢰 정책을 실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플랫폼과의 협력을 통해 국내 소비자 보호 정책의 국제적 기준을 높이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다.

플랫폼 신뢰는 단순히 사용자 만족도를 넘어서, 사회적 신뢰 자본과 경제적 가치 창출을 좌우하는 요소다. 소비자, 기업, 정부가 삼각구도로 협력하지 않는다면 신뢰 문제는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와 실천은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한다. /윤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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