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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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권 4개 시도의 의료 인프라를 분석한 결과 대전을 제외한 세종·충남·충북 모두 전국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의료 접근성을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인구 1천명을 기준으로 한 의원 수는 전국 평균 0.72개인 데 비해 충남은 0.52개, 충북은 0.57개, 세종은 0.59개에 그쳤다.

반면 대전은 0.78개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대전은 도심 밀집형 지역 특성상 인구 대비 의료기관 공급이 원활한 편이다. 그러나 세종은 신도시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의료 공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양상을 보였다.

충남과 충북은 도농복합 지역 특성으로 단순 숫자상 부족뿐 아니라 실제 주민들이 의료기관까지 이동해야 하는 거리 부담이 가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인구밀도를 고려한 분석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나타났다. 대전은㎢당 2718명의 높은 인구밀도에도 불구하고 의원 공급이 다른 충청권 지역보다 양호했다. 세종은 ㎢당 839명의 인구밀도를 보이지만 도심형 생활권임에도 의료기관 총량이 부족해 공급 압박이 이어지고 있다. 충북과 충남은 각각 ㎢당 222명, 271명의 낮은 인구밀도를 보여 같은 수의 의료기관이 있어도 주민들이 느끼는 거리상 부담은 더 큰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의 인력과 의료장비, 응급의료 체계를 함께 살펴본 결과 지역 간 편차는 의원 수보다 더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은 전문의가 집중 배치돼 있고 CT, MRI 등 영상진단 장비와 내시경 등 주요 의료장비 보유량도 풍부해 충청권 의료 수요를 흡수하는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고가 진단장비 분포에서 지역 간 격차가 두드러졌다.

CT는 대전에 약 64대가 설치돼 있는 반면 세종은 14대에 불과했다. 충남은 59대, 충북은 47대를 보유하고 있다.

MRI 역시 대전이 52대로 가장 많았고, 세종 13대, 충남 41대, 충북 28대 순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대전은 인구 규모 대비 첨단 의료장비 보유량이 압도적으로 많아 중증 환자 진단 환경이 안정적으로 확보돼 있다. 반면 세종은 CT와 MRI 모두 충청권에서 가장 적은 보유 대수를 기록하며 급격한 인구 증가 속도를 장비 확충이 전혀 따라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특정 검사를 위해 대전 등 인근 지역으로 이동해야 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충남과 충북은 절대 보유 대수는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으나, 장비 대부분이 도심권에 몰려 있어 농촌 지역 주민들의 이용 접근성은 현저히 떨어진다.

같은 도 내에서도 시 지역과 군 지역 간 장비와 전문 인력 격차가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의료 이용의 지역 내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충남은 응급실 82개소를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충남의 시 지역 응급실 대기 시간이 30분 내외인 반면 군 지역은 평균 75분 이상으로 벌어졌다.

충북 역시 응급실 68개소를 보유하고 있지만 군 지역 응급 대기 시간이 60~70분까지 늘어나 시 권역으로의 이송 비율이 30% 이상을 차지하는 상황이다.

이런 지역 간 차이는 응급환자 발생 시 단일 권역 안에서조차 이송 시간이 최대 45분 이상 벌어지는 충남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세종은 응급실이 8개소에 그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도 1곳뿐이어서 내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 진료과 전문의 비율이 낮은 기존의 문제와 함께 응급 대응에서도 취약한 단면이 드러나고 있다.

연간 약 6000건의 응급환자 이송이 발생하지만 CT 15대, MRI 12대 수준의 장비와 제한된 병상으로 인해 응급환자의 시군구 외부 이송 비율이 38%로 충청권에서 가장 높다.

평균 대기 시간도 약 1시간으로 타 지역보다 긴 편이어서 빠른 인구 증가 속도에 비해 전문 인력과 응급의료 인프라 확충이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반면 대전은 응급실 32개소와 권역응급의료센터 2곳을 기반으로 중증 대응 장비가 충분히 확보돼 있으며 응급실 평균 대기 시간도 20분 내외로 충청권에서 가장 짧다.

연간 약 4만5000건의 응급환자를 처리하면서도 타 지역에서 유입되는 환자가 25% 이상을 차지해 권역 내 핵심 거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응급의료 대응 역량은 이렇게 시도 간 격차가 지속적으로 벌어지는 양상이다.

대전이 야간 응급 상황과 중증 이송 체계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반면 세종은 다수 환자 발생 시 외부 병원 의존도가 높고 충남과 충북은 시와 군 단위의 접근성 차이가 응급 이송 속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분석은 충청권 의료 인프라가 지역별로 균등하게 배치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전문가들은 권역 내 의료 균형을 위해 시군구 단위의 실제 공급량과 공간적 접근성을 함께 고려한 장기 계획 수립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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