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우미그룹의 계열사 지원 행위를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으로 판단하면서 대규모 제재에 나섰다. 공정위는 우미그룹이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요건이 강화된 이후 실적이 부족한 계열사 다섯 곳을 비주관시공사로 참여시키기 위해 4997억 원 규모의 공사 물량을 집중 배정한 사실을 확인하고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3억 7900만 원을 부과했으며, 그룹 내 핵심사인 우미건설을 고발하기로 결정했다.

우미그룹은 주택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중견 건설사 집단으로, 계열사 다수를 활용한 이른바 벌떼입찰 방식에 오랜 기간 관여해 왔다. 그러나 2016년 이후 공공택지 1순위 입찰 자격에 주택건설 실적 300세대 요건이 추가되면서 실적이 부족한 계열사는 입찰 참여가 어려워졌다. 우미그룹은 제도 변화 이후에도 계열사 중심의 입찰 참여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 2017년부터 그룹이 시행하는 아파트 사업에 실적이 없는 계열사를 비주관시공사로 참여시키는 방식을 선택했다. 비주관시공사는 공사를 주도하지 않지만 실적은 동일하게 인정되는 구조여서, 실질적 공사 수행 능력과 무관하게 실적을 쌓는 데 유리했다.

이 과정에서 비주관시공사로 선정된 회사들은 대부분 설립 초기였거나 공사 경험이 전무한 상태였고, 일부는 건축공사업 면허조차 갖추지 못한 단계였다. 그룹은 자본 확충과 인력 전보를 통해 법적 요건을 사전에 갖추게 하거나, 일부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방식으로 실적 쌓기를 밀어붙였다. 실제로 계약서 작성, 하도급 선정, 공정관리 등 시공사가 직접 수행해야 하는 업무 상당 부분을 그룹본부가 처리한 사례도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 같은 지원이 통상적인 경영 판단 범위를 벗어나 특정 계열사의 실적 확보를 목표로 설계된 조치였다고 지적했다.

지원전략에 따라 실적을 확보한 다섯 개 회사는 이후 빠르게 규모를 키웠다. 지원 이전에는 매출이 거의 없었지만, 지원 이후 연매출이 모두 500억 원을 넘겼고, 시공능력평가 순위 역시 수천 위에서 두 자릿수 또는 세 자릿수까지 상승했다. 이러한 순위 상승은 공공택지 입찰 자격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데 핵심적인 수단이다. 공정위는 실적 없는 계열사를 단기간에 중견 건설사로 만든 점을 고려할 때 공사 참여가 시장 경쟁력을 정상적으로 반영한 결과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실적을 인위적으로 확보한 계열사들은 이후 총 275건의 공공택지 입찰에 참여했고, 이 가운데 두 개 현장을 실제로 낙찰받았다. 특히 우미에스테이트의 경우 설립된 지 4개월 만에 880억 원 규모의 물량을 배정받아 입찰 자격을 획득했고, 이후 확보한 택지를 개발하며 매출을 늘렸다. 총수 2세가 직접 보유한 이 회사는 2022년 지분 매각 과정에서 117억 원의 차익을 얻었는데, 공정위는 이 결과 역시 지원행위의 파생효과라고 설명했다.

우미건설이 고발 대상이 된 것은 그룹 차원의 지원계획을 주도하고 시공 배정 구조를 설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룹본부가 전 계열사 실적을 월 단위로 관리하고 필요한 시점에 실적이 부족한 회사를 비주관시공사로 투입하는 방식이 체계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단일 법인의 일탈이 아니라 그룹 전체의 전략적 지원행위였다는 점도 강조됐다.

공정위는 이번 조치로 특수관계인 회사가 아니더라도 실적 확보를 위해 계열사 간 거래를 인위적으로 설계하는 경우 부당지원에 해당할 수 있다는 점이 명확해졌다고 설명했다. 과거 벌떼입찰 관련 제재가 주로 총수일가 회사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사건은 특수관계 여부와 무관하게 실적 맞추기 자체가 시장을 왜곡하는 행위임을 확인한 사례로 평가된다. 이는 향후 공공주택 공급 시장에서 계열사 동원 방식의 입찰 참여가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공정위는 주택건설 시장과 공공택지 분양 시장에서 입찰 자격을 충족시키기 위한 편법적 실적 쌓기가 반복해 발생할 가능성을 우려하며, 유사 사례가 확인될 경우 법 위반 여부를 검토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가 공공택지 공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시장 내 경쟁 환경을 정상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내놓았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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