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30일 경주에서는 제36차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를 비롯해 한·호주 외교장관 회담, 한·미 경제차관 면담, 글로벌 수소경제 세션,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 등 주요 외교·통상 일정이 연이어 열렸다. 20년 만에 APEC 의장국을 맡은 한국은 이번 회의에서 ‘AI 협력’과 ‘개방적 복수국간 협력’을 핵심 축으로 내세워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새로운 협력 질서를 제시했다.

APEC 외교·통상합동각료회의는 조현 외교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공동 주재했으며, 21개 회원국 각료가 참석해 △디지털 협력을 통한 지속가능한 성장 △AI 기반 공급망 회복력 강화 △WTO와 APEC의 역할 재정립 등을 논의했다. 회의 결과로는 다자무역체제의 중요성, 청년세대 역량 강화를 위한 미래번영기금, 규제개혁 전략 등이 담긴 합동각료성명 채택이 추진됐다.

조현 장관은 개회사에서 지정학적 긴장과 기후위기, 인구 변화 등 복합 위기 속에서 경제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이 제안한 AI 협력과 인구구조 대응, 문화창조산업 육성을 APEC 논의의 새로운 방향으로 제시했다. 여한구 본부장은 ‘개방의 힘’을 APEC 발전의 근간으로 평가하며, WTO 중심의 다자무역질서를 보완할 개방적 복수국간 협력 모델 확대를 제안했다.

세션 1에서는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한 디지털 기술의 역할이 논의됐다. 한국은 생산성 제고와 노동력 보완을 위한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APEC 미래번영기금’을 통해 청년 인재 교류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AI 기술이 포용적 성장을 이끌어야 한다는 원칙 아래 ‘APEC AI 이니셔티브’를 제안했다. 세션 2에서는 AI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조기경보시스템 운영 사례를 공유하며, APEC 차원의 ‘AI for Supply Chain’ 프로젝트를 제안해 회원국의 호응을 얻었다.

각료회의 계기 열린 한·호주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청정에너지·국방·투자 협력 확대가 논의됐고, 한·미 외교차관 면담에서는 핵심광물 공급망 안정화와 고위급 경제협의체(SED) 재가동이 합의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인도네시아, 태국, 캐나다, 뉴질랜드, 홍콩, WTO, 국제상공회의소(ICC) 등과 연쇄 면담을 진행하며 CEPA 협상, 인증제도 개선, 철강관세 문제, 디지털경제 협력 등 현안을 논의했다.

같은 시각 경주 예술의전당에서는 APEC CEO 서밋의 수소경제 세션이 열렸다. 금한승 기후에너지환경부 제1차관은 기조연설에서 청정수소 생태계 구축과 국제적 공급망 공조를 통한 탄소중립 추진 의지를 밝히며, APEC 회원국 간 협력을 촉구했다. 현대자동차와 글로벌 수소기업들이 참여해 수소 기술혁신과 민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편 서울에서는 APEC 연계 행사로 인베스트 코리아 서밋(Invest KOREA Summit)이 개최돼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유치 성과를 거뒀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행사에는 외국인투자 기업, 해외 투자기관, 외신 등 2000여 명이 참석했으며, 총 55억 달러의 투자신고와 함께 글로벌 기업의 90억 달러 투자계획이 발표됐다. 반도체, 해상풍력, 첨단소재, 콘텐츠 등 7개 분야 기업이 신규 투자를 확정했고, 램리서치코리아테크놀로지·HP프린팅코리아·코닝정밀소재 등이 외투기업 R&D센터로 지정됐다.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