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은행권의 신용위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상호저축은행과 상호금융조합, 카드사, 보험사 등 비은행 금융기관들이 경기 둔화와 가계부채 관리 강화 여파 속에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연체율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자금 흐름의 긴축이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역금융을 기반으로 한 충청권의 중소사업자와 가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 신용경색이 실물경제로 번지는 조짐을 보인다.

한국은행 대출행태서베이에 따르면 2025년 4분기 비은행권 대출태도는 상반기보다 뚜렷한 강화 기조를 보였다. 상호저축은행의 대출태도지수는 -19, 상호금융조합은 -27로 나타났으며, 두 업권의 연체율은 각각 7.5%, 6.4% 수준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됐다. 신용카드사와 생명보험사의 대출자산 건전성도 악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비은행 전반의 리스크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카드론과 보험사 대출은 리스크 관리 강화 방침 속에 대출 문턱이 높아졌고, 일부 업권에서는 대출잔액 자체가 감소세로 전환됐다.

이 같은 흐름의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정책이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6·27 대책 이후 상호금융권 여신심사 강화와 카드론 총량규제 등을 잇달아 시행하며 비은행권 관리에 집중했다. 금융감독원은 연체율과 유동성 위험을 상시 점검하며 검사·감독을 확대했고, 서민금융진흥원 등 정책기관은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대체자금 공급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책에도 불구하고 비은행권의 체감 리스크는 완화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자금흐름 위축이 실물경제의 신용경색으로 전이되는 양상을 보인다.

지역 차원에서의 충격도 심화되고 있다. 충북 새마을금고, 충남 저축은행, 세종 신협 등 충청권 비은행기관의 연체율이 뚜렷하게 상승하면서, 지역금융조합들은 대손충당금 확충과 자산 축소에 나서고 있다. 그 결과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자금조달 여건은 빠르게 악화됐다. 지역 상권의 운전자금 확보가 어려워지고, 정책자금이나 보증대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지역경제 내 자금 순환이 정체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전문가들은 비은행권 신용경색이 단기적 금융불안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위험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경고한다. 일부 저축은행은 건전성 악화로 구조조정 압력이 커지고 있으며, 가계대출 부실이 다른 업권으로 이전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은행권의 유동성 경색이 심화되면 금융기관 간 자금거래가 위축되고, 이는 곧 지역 금융의 불균형과 대체자금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P2P대출 등 비제도권 금융의 확대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금융안전망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

비은행권의 신용경색은 단순한 업권별 위험을 넘어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균형을 드러내고 있다. 대출심사 강화와 연체율 상승이 맞물리며 지역 단위 자금흐름이 둔화되고,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에도 체감 안정은 더디다. 특히 중소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자금 공급이 축소되면 실물경제 회복에도 부담이 될 가능성이 크다. 향후 금융당국은 비은행권의 유동성 점검과 함께 지역금융기관의 건전성 관리, 서민금융 지원체계 보완 등 세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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