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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국정감사는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이 얼마나 취약한지를 드러냈다. 해양경찰 직원이 바다에 빠진 지 78분 만에 본청 보고가 이뤄졌고, 캄보디아에서 한국 대학생이 사망한 후 두 달 넘게 시신 송환조차 되지 않았다. 사고가 터지면 어김없이 나오는 것은 "죄송하다"는 사과뿐이다. 정작 골든타임에는 누구도 책임지고 움직이지 않는 무책임한 행정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 9월 11일 고 이재석 경사가 단속 중 바다에 빠졌다. 교신 두절 후 78분이 지나서야 본청에 보고됐고, 야간 근무 인력은 고작 2명, 구명조끼와 위치표시 장비마저 없었다. 의원들이 "조금만 주의했어도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고 지적한 것은 과장이 아니다. 캄보디아에서는 대학생 사망 후 두 달간 시신 송환이 지연됐지만 정부 고위직의 직접 개입은 없었다. 대사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외교 채널은 작동하지 않았고, 유족들은 고통 속에서 기다려야 했다.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명확하다. 초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놓쳤고, 인력과 자원 부족을 방치했으며, 사후 책임 추궁은 흐지부지됐다. 보고 중심의 관료주의는 현장의 신속한 판단을 가로막는다. "일단 위에 보고하고 지시를 기다리자"는 문화에서는 생명을 지킬 수 없다. 현장에 권한을 부여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충하며, 사고 발생 시 명확히 문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국민은 정부가 위기에서 자신을 지켜주리라 믿는다. 하지만 78분 지연, 두 달 방치는 그 신뢰를 배반하고 있다. 이번 국정감사가 또다시 일회성 질타로 끝나서는 안 된다. 정부는 위기 대응 시스템을 전면 재점검하고, 현장 중심의 신속한 의사결정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다음 위기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 그때도 또다시 골든타임을 놓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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