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존도 30%→18.5%... 다국화 전략 통했다

K-뷰티의 지형도가 급변하고 있다. 2025년 최대 수출국이 처음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고, 중국 의존도는 30%에서 18.5%로 떨어졌다. 이는 단순한 순위 변동이 아니라 산업 구조의 근본적 전환을 의미한다.

1편에서는 시장의 지형 변화를, 2편에서는 ODM 제조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생태계를, 3편에서는 성장 뒤에 남은 질적 과제들을 다룬다. /편집자주

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한국 화장품 수출의 지형도가 크게 바뀌고 있다. 올해 1분기부터 3분기까지 9개월간의 누적 수출액은 85억 2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5.4% 증가한 수치로, 통계 작성 이래 최고 기록이다. 특히 3분기 단독으로는 30억 달러를 기록하며 9분기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 주목할 점은 최대 수출 시장이 처음으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미국으로 보낸 수출액이 16억 7500만 달러로 전년도보다 18.2% 증가한 반면, 오랫동안 1위를 지켜오던 중국은 15억 7900만 달러에 머물렀다. 중국 수출이 11.5% 감소한 것은 2022년 이후 지속되는 부진 기조를 보여준다.

이 변화는 단순한 시장 순위 교체가 아니다. 근본적인 구조 변화가 진행 중이다.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2023년 30% 수준에서 올해 18.5%로 크게 낮아졌고, 수출 대상국도 205개국으로 대폭 확대되었다. 이는 특정 시장에 집중된 위험을 분산시키는 전략적 전환을 의미한다.

미국 시장에서의 성장은 유통 채널의 급속한 확대로 뒷받침되고 있다. 세포라, 얼타뷰티, 월마트, 타깃 같은 주요 소매 유통사들이 앞다투어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입점시키고 있다. 온라인 채널, 특히 아마존 같은 플랫폼에서의 판매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세포라가 라네즈, 이니스프리 등 유명 브랜드와 독점 거래를 시작하면서 이를 계기로 중견급 브랜드들의 진출이 본격화된 점도 눈에 띈다.

중국 시장의 약세는 여러 복합적 요인에서 비롯되었다. 중국 경제의 둔화로 인한 소비 심화, 중국 현지 브랜드의 약진, 그리고 정부 차원의 규제 강화가 겹쳤다. 중국 정부가 화장품 관리 규정을 개정하면서 진입 절차를 까다롭게 만들었고, 이는 외국 기업들의 진출 비용을 상당히 높였다.

다만 긍정적 신호도 보이고 있다. 올해 9월 중국향 수출이 전월 대비 57.2% 증가를 기록했고, 전년도 같은 달 대비 감소율도 23.5%에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일 평균 수출액이 전년도 대비 0.9% 감소에 그친 것은 저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흥시장으로의 진출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아랍에미리트(69.4%), 이스라엘(324%), 쿠웨이트(90.6%)로의 수출이 급증했고, 남미에서도 브라질(98.7%), 멕시코(138.3%)로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유럽에서도 폴란드가 23위에서 8위로 급상승하며 1억 5000만 달러에 도달했으며, 프랑스와 영국도 두 자리수 증가를 기록했다.

이 같은 다각화 전략은 단순한 위험 분산을 넘어 전략적 자산이 되고 있다. 4분기 수출이 통상적으로 증가하는 계절성을 감안하면, 2025년 전체 수출액이 지난해 102억 달러를 상회할 가능성이 높다. K-뷰티는 단일 시장 체제에서 벗어나 다극적 구조로 재편되며, 글로벌 소비 흐름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승현 기자 

저작권자 © 세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