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미국이 상호관세를 발표한 이후, 주요 교역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4~8월 사이 전년 대비 3%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실효관세율이 40.4%에 달하는 중국의 대미 수출은 1674억 달러로 25% 급감했으며, 일본과 한국의 대미 수출도 각각 9.5%, 5% 줄었다.

고관세가 부과된 국가들은 아세안 및 유럽연합 등 제3국으로 수출 다변화를 시도했으며, 일부 국가는 전체 수출 실적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확대했다. 중국은 아세안(+16%)과 EU(+8%) 등지로의 수출 증가에 힘입어 전체 수출액 2조5000억 달러, 무역흑자 7858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일본은 대미·대중 수출 감소 여파로 전체 수출이 전년 대비 0.6% 줄었다.

관세가 낮은 국가들은 대미 수출 호조를 보였다. 멕시코는 USMCA(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에 따라 무관세 혜택을 받으며 4~7월 대미 수출이 1830억 달러(+4%), 무역흑자가 985억 달러(+14%) 증가했다. 베트남은 같은 기간 대미 수출이 677억 달러로 30% 급증했으며, 중국에서 베트남으로의 중간재 수출도 25% 늘어난 점은 환적 수출이 늘고 있음을 시사한다.

미국 정부는 제3국 경유 중국산 제품에 대한 환적을 차단하기 위해 7월 31일 상호관세 수정안을 통해 환적에 40%의 추가 관세 조항을 도입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 기준은 제시되지 않았다. 이로 인해 기업들은 공급망 재편보다는 발주량 조정, 관세 책임 전가 등의 단기 대응에 그치고 있다.

한편, 대만은 AI 서버 수요 확대에 따른 수출 특수로 대미 수출이 1172억 달러(+55%), 무역흑자는 854억 달러(+102%)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은 AI 서버용 메모리 수출이 대만·베트남 등을 통해 증가했으나, 대미 직접 수출 비중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대만, 한국, 베트남 등 수출 주도형 경제는 상반기 GDP 성장률의 진폭이 상대적으로 컸으며, 이는 외부 충격에 취약한 구조적 특성을 반영한다. 향후 반도체 품목별 관세 부과, 환적 관세 실질 도입, 미국 경기 둔화 등 요인이 대미 수출과 무역흑자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미국이 '환적 관세' 기준을 국내부가가치(DVA) 60% 미만으로 설정할 경우, 중국산 중간재를 활용하는 아세안 국가들의 전자제품 및 섬유 수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환적 차단에 성공할 경우, 중국 대미 수출의 70%와 아시아 GDP의 2.1% 이상이 위협받을 것으로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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