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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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자영업 폐업 신고가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돌파했다. 내수 부진과 고금리, 인구 고령화 등 구조적 요인에 더해 코로나19 이후 급격히 확산된 플랫폼 경제가 자영업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 특히 배달·숙박 등 온라인 중개 플랫폼에서 일부 자영업자가 지불하는 거래비용이 매출의 30%를 넘는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다. 자영업이 단순한 과당경쟁이 아닌 '디지털 종속'이라는 근본적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플랫폼의 네트워크 효과는 본질적으로 독점을 지향한다.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시장 지배력이 강화되고, 결국 자영업자와 소비자 모두의 선택권이 제약받는다. 거래비용 상승으로 시장 효율성도 떨어진다. 플랫폼 없이는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영세 상인들의 생존권이 플랫폼 기업의 정책에 좌우되는 불합리한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이제 단편적인 규제론으로는 이 불공정한 게임의 룰을 바꿀 수 없다.

해법은 지역 중심의 디지털 플랫폼 생태계 구축에 있다. 그간 공공배달앱들이 경쟁력 부족으로 실패를 거듭했지만, 이를 사회적 플랫폼으로 재편하고 지역화폐·소비쿠폰과 연계한다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기술혁신을 통해 거래비용을 절감하되, 그 이익이 플랫폼 독점 기업이 아닌 자영업자와 소비자에게 환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대안 플랫폼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지역 공동체 또한 적극적 참여를 통해 플랫폼의 지속가능성을 높여나가야 한다. 자영업은 우리 경제의 모세혈관이다. 그 위기를 개인의 역량 부족이나 시장의 자연스러운 도태 과정으로만 바라본다면 근본적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플랫폼 종속의 굴레를 벗고 지역 기반 대안을 세우는 일은 자영업자 생존을 위해서만이 아니다. 지역 경제의 자립성과 회복탄력성을 강화하는 길이기도 하다. 디지털 대전환 시대에 자영업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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