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관련 자료사진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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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한국의 물가 동향을 살펴보면, 공식 통계와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물가 상승률 사이에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해 6월 생산자물가지수는 119.77을 기록하여 1월의 120.27보다 낮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는 생산 단계에서의 가격 압박이 완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공급 측면에서도 비슷한 양상이 나타났다. 국내공급물가지수는 연초 125.75에서 6월 122.81로 하락세를 나타냈으며, 수입 원재료 가격의 경우 더욱 뚜렷한 감소폭을 보여 190.18에서 158.71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변화는 주로 국제 원자재 시장의 안정과 환율 변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총산출물가지수 또한 124.02에서 121.78로 내려가며 대외 경제 여건의 개선을 반영했다.

하지만 개별 품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그림이 그려진다. 신선식품의 경우 상반기 동안 131.64까지 치솟았다가 6월에는 107.53으로 급격히 하락하는 등 심한 등락을 거듭했다. 보리쌀 가격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1월 167.95에서 6월 180.51로 올랐고, 곡물과 식량작물 지수도 96.09에서 101.24로 증가했다. 반대로 감자는 3월 103.03에서 6월 92.91로 하락하는 등 품목에 따라 가격 흐름이 제각각이었다. 전체 지수의 안정적인 움직임과는 달리, 실제 소비자들이 마주하는 개별 식품들의 가격은 예측하기 어려운 패턴을 보이며 체감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공급망 상류에서 발생한 원가 절감 효과가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입 원재료 비용이 상당폭 하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반 소비자들은 여전히 외식비나 가공식품 가격의 오름세를 경험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 유통 시스템의 구조적 특성과 서비스업 가격의 하방 경직성이 맞물린 현상으로 해석할 수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진정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지 못하는 이런 현실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약화시킬 우려가 있다.

결국 생산 및 공급 단계의 물가 지표가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자들의 생활 속 물가 인식과는 상당한 온도차가 존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효과적인 물가 관리를 위해서는 원재료나 중간재 단계에서 일어나는 가격 변동이 소비자 단가에 보다 신속하고 투명하게 전달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아울러 기존 통계 지표만으로는 포착하기 어려운 서민들의 실질적인 물가 부담을 측정할 수 있는 새로운 지표 마련도 중요한 정책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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