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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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간 국내 제조업의 흐름은 산업별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난 시기였다. 반도체와 의약품은 각각 86%, 73%의 공급지수 상승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어갔지만, 가구와 비금속 광물제품은 두 자릿수 하락을 면치 못했다. 팬데믹과 미중 무역 갈등, 원자재 가격 변동, ESG 규제 강화 등 대외 변수 속에서 일부 산업은 체질을 강화했으나, 상당수 전통 제조업은 경쟁력을 잃고 후퇴했다.

이제 제조업은 불확실성을 ‘일시적 위기’가 아닌 ‘상수’로 받아들여야 한다. 공급망 재편은 이미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잡았고, 지정학적 리스크는 장기화되는 양상이다. 탄소중립을 포함한 ESG 압박은 규제가 아니라 시장 진입의 기본 요건이 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기존 생산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산업 경쟁력 약화와 고용 기반 축소는 불가피하다.

해법은 분명하다. 정부는 산업 전환을 위한 인프라와 제도 환경을 선제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핵심 부품·소재의 국산화 지원,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해외 생산 거점 확충, 탄소 감축 설비 투자 지원 등 장기 정책이 필요하다. 규제 개혁도 병행돼야 한다. 신산업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술 상용화를 가로막는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정비해야 한다.

민간 부문 역시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 혁신과 고부가가치 전환이 필수적이다. 대규모 설비 투자보다도 핵심 기술 내재화, 데이터 기반 생산성 향상, ESG 경영 내재화가 기업 생존의 기준이 될 것이다. 특히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과 해외 시장 다변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

10년 전과 같은 제조업 환경은 다시 오지 않는다. 성장 산업과 쇠퇴 산업의 격차가 벌어지는 지금이야말로 산업 대전환의 골든타임이다. 정부와 민간이 각자의 역할을 다하며, 다변화와 국산화를 축으로 한 대응 전략을 실행에 옮겨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선택은 지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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