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원자재와 계절 농산물에 흔들리는 물가, 정부는 공급안정화 대책을 재설계해야 한다. 국내 공급물가지수는 수입 원자재 가격에 좌우되고 있다. 최근 1년간 원재료 수입지수는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며 공급물가 불안정의 직접적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수출가격 역시 글로벌 수요·공급과 환율에 따라 내수보다 6배 이상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공급망 리스크와 수출가격 불안에 대한 종합 대응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사후적 가격 관리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더 큰 문제는 농산물 가격이다. 쌀과 감자 등 주요 농산품은 계절에 따라 20%에서 30%까지 가격이 들쭉날쭉하다. 이러한 변동성은 생산자물가지수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으며, 결국 소비자물가로 전가될 위험이 높다. 쌀 가격은 안정적이지만 감자는 수개월 사이에 89에서 117로 급등하는 등 계절효과를 관리하지 못하고 있다. 계절적 생산량 편중, 비축 시스템 부재, 비효율적 유통 구조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농업 원자재와 농산물 공급관리가 물가안정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물가관리는 시장에 맡긴다는 정부 입장은 이제 재검토돼야 한다. 원자재 수입 다변화, 국내 생산 원자재 지원 확대, 농산물 계절수급 조절 등 근본적인 공급안정화 대책 없이 소비자물가를 잡겠다는 발상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다. 정부는 수입 원자재와 농산물 가격을 단순한 시장가격이 아닌 물가안정의 핵심 변수로 인식하고 정책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 단기 가격 통제 대신 중장기 공급망 안정화에 정책 역량을 집중할 때다. 물가는 수요가 아니라 공급에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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