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찜통더위에 휩싸인 가운데 하루 전력수요가 9만MW를 넘어섰다. 전년 같은 날보다 9700MW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최대 전력부하는 91021MW에 달했으며, 공급능력은 10만MW를 넘겨 평균 예비력 27574MW, 예비율 37.6%를 기록하며 수급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공급여력의 확대와 대응 체계가 효과를 발휘한 결과다.

그러나 이 성과를 마냥 낙관적으로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같은 날짜였던 2024년에는 장마로 인한 낮은 기온과 흐린 날씨 덕에 수요가 8만MW 초반에 머물렀다. 불과 1년 차이로 1만MW 가까운 수요 격차가 발생했다는 점은, 앞으로의 여름철 전력 수급이 날씨라는 외부 변수에 따라 극단적으로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체감기온 35도를 넘긴 수도권과 충청 내륙을 중심으로 냉방 부하가 집중되며 지역별 수요 편차도 두드러졌다.

전력 수요는 이제 더 이상 선형적으로 늘지 않는다. 기온, 습도, 일사량, 풍속 등의 복합적 기상 조건에 따라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요동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기후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의 구조적 징후다. 올해는 예비력이 충분했지만, 향후에도 같은 수준의 폭염이 반복될 경우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여유를 확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결국 관건은 전력공급 능력을 얼마만큼 확충하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유연하게 수요를 관리하느냐다. 폭염 시기에는 산업체·가정용 전력을 줄이는 수요반응(DR) 정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시간대별 요금제나 인센티브를 통해 피크 시간의 부하를 분산시키는 전략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는 예외가 없다.  전력망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공급 확충 위주의 정책에서 수요 조절 중심의 에너지 정책으로 전환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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