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조 정시 병풍도 보물 지정

'영천 청제비'
'영천 청제비'

신라시대 자연재해 대응과 토목기술, 행정체계를 보여주는 '영천 청제비'가 국보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해당 비석이 신라의 제방 축조 및 수리 기록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신라 고유의 비문 서체와 형식을 보존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해 이번 국보 지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영천 청제비'는 1969년 보물로 지정된 이후 이번에 국보로 승격됐다. 이 비석은 경북 영천 청못 옆에 세워진 2기의 자연석 비로, 각각 6세기와 8세기 신라의 제방 축조 및 수리 내용을 담고 있다. 비문은 비좌나 개석 없이 자연석에 직접 새긴 형태로, 앞면에는 536년 법흥왕 23년에 □탁곡 제방을 완공한 사실과 공사 규모, 인원, 책임자 등이 기록돼 있다. 뒷면에는 798년 원성왕 14년의 수리 공사 내용과 수리 경과, 규모, 보고 체계 등이 포함돼 있으며, 양면 모두 신라 특유의 자유분방한 서체가 잘 보존돼 있다. 바로 옆의 청제중립비는 조선 숙종 14년인 1688년에 청제비를 다시 세운 사실을 기록한 비석으로, 조선 서체가 아닌 신라풍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영천 청제비는 자연재해 극복을 위한 국가 주도의 치수 사업을 입증하는 자료이자, 왕실의 제방 소유·관리 체계와 신라 행정구조 연구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이번 국보 지정과 함께 서울역사박물관 소장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 영남대학교중앙도서관 소장 '자치통감 권81~85', 청도 운문사 소장 불교 목판류 4건 등 총 6건이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됐다.

'근정전 정시도 및 연구시 병풍'은 1747년 인원왕후 회갑을 기념해 시행된 궁중 정시의 장면과 영조가 지은 시에 50명의 신하들이 화답한 연구시를 담은 8폭 병풍으로, 경복궁 옛 터의 근정전과 광화문, 경회루 등이 정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병풍에 담긴 인물들은 당시 영조의 탕평책을 실현한 핵심 인물들이며, 병풍은 단순한 회화 기록을 넘어 정치사적 의미까지 포함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세종시대 금속활자 초주갑인자로 간행된 '자치통감 권81~85'는 주자소에서 간행된 희귀한 금속활자본으로,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내용이 전해지는 예가 드문 자료로서 서지학적 가치가 크다.

청도 운문사 소장의 4건 목판은 모두 16세기 조선 중기에 조성된 불교 의식서로, 각기 다른 불서를 완질의 형태로 보존하고 있다. '천지명양수륙재의찬요 목판'은 1515년 제작된 의식집이며, 나머지 3건인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 목판', '법집별행록절요병입사기 목판', '치문경훈 목판'은 모두 1588년 선조 연간에 조성된 것이다. 이들 목판은 조성 시기가 빠르고 보존 상태가 양호하며, 각 목판으로 인출한 책도 함께 전해지고 있어 연구의 근거로서도 중요성이 높다.

국가유산청은 이번에 지정된 국보 및 보물에 대해 소유자 및 지자체와 협조해 체계적인 보존 및 활용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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