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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료 소비가 단순한 기호의 영역을 넘어 뇌 발달과 중독 취약성과 연관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카페인이 함유된 탄산음료를 매일 마시는 아동은 1년 후 음주 경험을 가질 가능성이 비섭취군보다 두 배 높았다. 뇌 영상 분석에서는 충동 조절과 작업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의 활동이 낮게 나타났고, 이는 ADHD나 물질사용장애와 유사한 뇌 활성 패턴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카페인과 당이 동시에 함유된 음료가 보상 체계를 과도하게 자극하면서 특정 자극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는 신경생물학적 경로를 만든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호식품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 이는 청소년기를 거쳐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알코올·니코틴 등 중독성 물질에 노출될 가능성을 높이는 배경 요인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영향이 비교적 이른 시기, 즉 아동기에 이미 시작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국내 교육환경은 이를 효과적으로 차단할 장치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고 있다. 중학교 매점과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음료 상당수가 당·카페인 함유 제품임에도, 학생들은 별다른 정보 없이 즉흥적 선택을 하고 있다. 학교 급식을 통한 영양관리는 비교적 제도화돼 있지만, 비급식 시간대 음료 소비에 대한 환경 조성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중독 예방을 위한 개입은 중·고등학교 단계에서 이뤄질 일이 아니다. 아동기의 음료 선택이 뇌 발달에 영향을 주고, 이러한 경로가 성인기 물질 사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이상, 예방정책의 시점은 그보다 앞서야 한다. 단순한 정보 전달식 영양 교육을 넘어, 뇌 영상과 실제 사례를 활용한 체험 중심 교육으로 전환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교육부, 질병관리청, 식약처 등 관련 부처 간 연계를 통해 음료 섭취 환경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학교 매점과 자판기 운영 지침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가정과 지역사회 역시 건강한 소비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아동기 음료 습관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중독 예방의 가장 앞단에 놓인 사회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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