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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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가 최근 몇 개월 동안 꾸준한 흑자 기조를 보이며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8일 한국은행의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10월 경상수지는 68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부터 지속된 6개월 연속 흑자 행진의 일환으로, 2021년 10월 이후 2년 만에 가장 큰 규모다. 이 같은 성과는 한국 경제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을 의미하며, 향후 글로벌 경제 환경에서 한국의 위치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경상수지 흑자의 주된 원인은 상품수지의 개선에 있다. 10월 상품수지는 53억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1년 넘게 이어진 수출 감소세가 마침내 14개월 만에 플러스로 전환되면서 이루어진 성과다. 특히 승용차와 석유제품의 수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반도체와 화공품의 감소세는 둔화되고 있다.

수출의 플러스 전환에도 불구하고, 상품수지 흑자 규모가 전월 대비 감소한 것은 수입 감소 폭이 둔화된 데 기인한다. 10월 수입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으나, 이는 전월 대비 감소 폭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한국 경제가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더욱 균형 잡힌 무역 구조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서비스수지는 여전히 12억5000만 달러의 적자를 보이고 있으나, 이는 9월 대비 적자 폭이 줄어든 수치다. 특히 여행수지의 적자 폭 축소가 서비스수지 개선에 기여했다. 중국 관광객의 회복 속도가 더디긴 하지만, 동남아 및 일본 방한 여행객 증가가 이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

본원소득수지에서는 배당소득 증가에 힘입어 27억7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국내기업의 해외 자회사로부터의 배당 수입 증가 덕분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 경상수지 흑자 전망치를 300억 달러로 설정했으며, 내년에는 IT(정보기술) 경기 개선과 외국인 입국자 수 확대로 인해 49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유지할 것임을 의미한다.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0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문혜정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장, 이동원 금융통계부장, 박성곤 국제수지팀 차장. 한국은행 제공
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0월 국제수지(잠정)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왼쪽부터 문혜정 한국은행 국제수지팀장, 이동원 금융통계부장, 박성곤 국제수지팀 차장. 한국은행 제공

그러나 한국은행은 동절기 난방 에너지 수입 증가, 국제유가 변동, 중국 경제의 저성장 지속 여부 등을 주요 변수로 지목했다. 이러한 요인들은 앞으로 한국 경제의 경상수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경상수지 흑자 흐름이 확실해졌다며, 내년에도 자동차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수출이 수입보다 더 줄어드는 ‘불황형 흑자’ 논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을 유지하고, 국제 무역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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