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6일 김규현 국정원장을 비롯한 수뇌부의 전격적인 경질을 단행함으로써, 국가정보원 내부의 잡음과 불협화음에 종지부를 찍었다. 영국과 프랑스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그날, 대통령은 국정원의 재정비를 위한 결단을 내렸다. 이는 내부 분란과 인사 문제로 오랜 시간 동안 몸살을 앓아온 국정원에 대한 책임을 묻는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6월, 윤 대통령의 재가를 받은 국정원 1급 인사가 번복되는 등의 인사 파동은 국정원의 혼란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후에도 지속된 인사 문제와 내부 분란은 국가 최고정보기관의 기강 해이를 방증하는 것이었다.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는 국정원의 원훈과는 거리가 먼 모습이었다. 이번 수뇌부 교체는 과거 정권교체를 거듭하며 정치적 바람을 많이 타게 된 국정원의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걸음으로 보인다.

국정원은 조직과 예산, 인사 등 모든 것이 베일 속에 철저히 감춰져야 할 곳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외부로 흘러나오는 잡음과 논란은 국민들에게까지 전달됐고, 이는 국가 안보의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특히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와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정지에 대한 반발 등 한반도 정세가 긴장되는 시기에, 국정원의 내부 문제는 국가 안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번 국정원 수뇌부 교체는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서의 본연의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중대한 결정이다. 조직과 제도를 재정비하고, 내부 기강을 다시 세우는 것은 시급한 과제다. 과거 이스라엘 모사드의 정보 실패가 부른 기습공격을 목격한 바, 우리 역시 정보기관의 흔들림이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윤 대통령과 정부는 조직의 재정비를 통해 국정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정보기관으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는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국정원의 기능과 역할이 강화되고, 조직 내부의 전문성과 영속성이 확립되길 기대한다. 국정원은 무너진 기강을 바로 세우고, 조직의 안정을 찾아 본연의 업무를 일체 흔들림 없이 수행해 나가야 한다. 이는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자,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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