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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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식업 대출의 62%가 정책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통계는 단순한 금융 구조의 문제가 아니다. 자생적 산업 생태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제조업의 정책자금 비중이 35%에 불과한 것과 비교하면 그 심각성이 두드러진다. 낮은 금리의 정책자금(연 3.39%)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용등급 B미만 외식업체의 43%가 여전히 연 7% 이상 고금리 대출을 병행 이용하고 있다는 점은 구조적 한계를 보여준다. 사실상 정부 보조 없이는 시장에서 버티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같은 자금 운용 행태는 외식업이 지닌 고정비 중심의 취약한 재무구조와 과잉 공급 상태를 반영한다. 경기 회복 기대보다는 당장 임대료와 인건비를 감당하기 위한 자금 수요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정책자금은 회복의 마중물이 아니라 연명의 수단으로 전락한 상황이다. 이로 인해 정책자금의 순기능은 퇴색하고, 오히려 시장 왜곡과 구조개혁 지연이라는 역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정부는 외식업에 대한 단기 유동성 지원을 넘어선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한다. 정책자금을 단순 투입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수준 이상의 신용 위험군에 대해서는 경영 개선 컨설팅과 연계한 조건부 구조조정형 지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또한 고금리에 노출된 저신용 업체에 대해서는 민간 금융기관의 리스크를 공공이 일부 분담하는 방식의 디딤돌 금융을 확대해 정책과 시장의 연결 지점을 넓혀야 한다.

무엇보다 외식업을 포함한 생계형 업종의 창업과 폐업이 무분별하게 반복되는 구조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일시적인 수요 변동이나 트렌드에 휘둘리는 산업에서 정책자금 의존도가 높다는 것은 정책이 실패하고 있다는 뜻이다. 정부는 외식업에 대한 정밀 진단을 토대로 과잉 공급을 완화하고, 선순환적 폐업 유도, 재도전 인프라 구축 등 산업 구조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

정책자금은 일시적 위기에서 기업을 구하는 수단이지, 산업의 생존을 영속적으로 보장하는 수단이 아니다. 지원은 구조개혁을 유도할 때 효과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재정만 고갈되고 시장도 무너진다. 지금 외식업 대출 통계가 말해주는 건 정부 개입의 필요성이 아니라 정책 설계의 전면 재검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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