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이 이미 정책으로 조율 가능한 영역을 벗어난 것 처럼 보인다. 세종은 3주 연속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하고, 서울 강남3구는 0.19%의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부산과 경남은 산업기반 약화와 인구 감소 여파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서울 중심의 상승과 지방의 정체·후퇴가 공존하는 이중적 구조는 일시적 불균형이 아니라 구조적 단절의 징후로 보아야 한다. 정부는 금융 규제, 공급 확대, 임대차 제도 개편 등 다양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지만, 동일한 정책이 지역별로 정반대의 결과를 낳는 현실에서 전국 단일 처방의 유효성은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될 스트레스 DSR 3단계는 수도권 주담대에만 우선 적용되고 지방은 한시적 유예를 두었다. 이는 지방 대출 수요의 급감에 대한 방어적 조치지만, 대출 여건 완화만으로 시장을 되살릴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현실을 외면한 접근이다. 청년·신혼부부 대출 확대 정책도 마찬가지다. 수도권은 소득 요건 완화가 실거래 증가로 이어졌지만, 지방은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가격 덕분에 금리 인하형 상품 중심의 수요만 일부 늘어났을 뿐이다. 결국 정책 효과는 구조적 수요 기반이 존재하는 지역에만 집중되었고, 나머지 지역은 정책 존재 자체조차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정부가 의도한 매물 유도 정책도 수도권에서만 반응했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연장 이후 서울 강남구·서초구 등 고가 지역의 매물이 18% 증가했지만, 지방은 3% 미만에 머물렀다. 임대차보호법 개편 논의 역시 수도권에서는 월세 전환 가속화로 이어졌지만, 대전과 광주 등 지방 광역시의 전세 비율은 82%로 유지되며 제도의 파급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같은 제도를 시행해도 수도권과 지방의 반응이 이토록 다른 현실을 마주하고도, 정부는 여전히 수도권 중심의 거래지표에만 집중하고 있다.

가장 뚜렷한 대비는 세종과 부산에서 나타난다. 세종은 정부기관 이전이라는 정치적 신호 하나만으로 0.40% 상승하며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반등했고, 부산은 산업 기반 약화와 인구 유출로 -0.04% 하락하며 추락했다. 이는 주택정책이 더 이상 시장 메커니즘만으로 설계될 수 없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지역별 산업 구조, 인구 추이, 생활인프라 수준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동일한 조건을 부여하는 정책은 시장을 되살리기는커녕 격차를 고착화시킬 뿐이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의 간극은 더 이상 통계상의 차원이 아니다. 수도권은 도심 재개발과 청년 특화공급을 통해 고립적 활황을 지속하고 있는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수요 위축 속에서 개별 시·군 단위로 생존을 모색하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 활성화를 위해 공급을 늘리겠다는 접근은 단견에 가깝다. 주택 문제는 단독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교통, 일자리, 교육, 의료, 돌봄 등 일상적 삶의 인프라가 함께 작동하지 않는 한, 주택은 존재만으로 수요를 창출하지 못한다.

지방 주택시장의 회복은 단순한 정책 유연성이나 규제 완화만으로는 불가능하다. 주거와 산업, 인구와 인프라가 함께 설계되지 않으면 정책은 계속 수도권만을 향해 기능하고 지방은 그 그림자에 머무르게 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미세 조정이 아니라 구조 재설계다. 정부가 전국 단일 기준에서 벗어나 지역 맞춤형 주거전략과 연계산업 육성을 병행할 수 없다면, 지방 부동산 시장의 회복은 기대조차 할 수 없다. 전체의 재설계 없이는 회복이 어렵다는 사실을 더 늦기 전에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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