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제작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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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검찰청이 191일 만에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재수사를 결정했다. 지난해 10월 무혐의 처분에서 재수사로 방향을 선회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사건 하나의 처리를 넘어 우리 사회가 권력 주변인물에 대해 어떤 법적 책임과 공적 감시체계를 갖추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은 9명의 관련자가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은 명백한 금융범죄다. 그 과정에서 김건희 여사와 모친의 계좌가 사용된 정황이 확인됐으나, 계좌 제공의 단순 가담인지 혹은 실질적 공모인지가 쟁점이다. 이번 재수사는 새로운 증거들을 토대로 이 쟁점을 다시 들여다보겠다는 검찰의 의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도이치모터스 사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명품백 수수 의혹에서 보듯 '대통령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무혐의 처분이 내려진 사례나, 김상민 전 검사의 이례적인 국정원 특보 임명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들까지, 권력 주변인물들에 대한 특혜와 불투명한 처리가 반복되고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권력자의 가족과 측근은 일반 국민보다 더 엄격한 윤리적 기준과 투명성이 요구된다. 그러나 우리 제도는 이들에 대한 감시와 견제 장치가 부실하다. 권익위 국장이 압박을 호소하며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에서 보듯, 권력 앞에서 법 집행기관조차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현실은 심각한 민주주의의 결핍을 보여준다.

이번 재수사를 계기로 권력 주변인물에 대한 법적 책임과 공적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첫째, 대통령 배우자와 가족에 대한 명확한 법적·윤리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권력기관이 권력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국민의 알 권리 차원에서 권력 주변인물의 활동과 영향력 행사에 대한 투명한 정보 공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법치주의의 근간은 법 앞의 평등이다. 권력자와 그 주변인물이 일반 국민과 다른 잣대로 판단받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민주주의라 할 수 없다. 이번 재수사가 단순히 한 사건의 진실 규명을 넘어, 권력 주변인물에 대한 우리 사회의 감시체계를 재정립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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