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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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사교육 카르텔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직 교원 96명, 사교육업체·강사 25명 등 126명을 입건해 100명을 검찰에 송치한 대규모 비리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수능 출제·검토위원 경력의 현직 교사들이 조직적으로 '문항제작팀'을 구성해 사교육업체에 문항을 팔아넘기고, 일부는 자신이 판매한 문항을 내신시험에 그대로 출제한 사실이다. 이는 단순한 비리가 아닌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다.

공교육의 핵심 가치는 공정성과 신뢰에 있다. 모든 학생이 동등한 기회를 부여받고 실력에 따라 평가받는다는 믿음이 무너지면 교육 시스템 전체가 붕괴될 수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단지 몇몇 교사들의 윤리의식 결여 문제가 아니라, 공교육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되었음을 보여주는 징후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이러한 문항 판매 관행이 오래전부터 이어져왔다는 점이다. 2016년 모의평가 국어 출제정보 유출 사건 이후 교육부가 문제를 인식하고 경고했음에도, 근절은커녕 더욱 조직화되고 대담해졌다. 한 교원이 "문항제작팀"을 구성해 2,946개 문항을 판매하고 6억 2천만 원을 챙긴 사례는 이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이번 사태는 우리 교육 시스템의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입시 중심 교육과 과도한 경쟁이 빚어낸 사교육 의존도 심화, 그리고 공교육의 무력화가 이런 비리를 키웠다. 수험생들이 '좋은 문제'를 풀어보기 위해 사교육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실, 교원들이 '좋은 문제' 출제자로서의 전문성을 사교육 시장에 팔아넘기는 현실은 우리 교육의 왜곡된 모습을 보여준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문항 유출 의혹 사건처럼 시스템 자체의 결함이 드러난 점이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마저 이의신청을 제대로 처리하지 않고 무마하려 한 행태는 공정한 시험 관리 시스템에 대한 신뢰마저 위협한다.

이제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첫째, 교원의 사교육 관련 활동에 대한 법적·제도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 문항 판매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위반 시 엄중한 처벌이 따라야 한다. 둘째, 수능과 내신시험 출제·평가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 출제위원 선정부터 검증 과정까지 모든 단계에서 이해충돌을 방지할 장치가 필요하다. 셋째, 근본적으로는 입시 중심의 교육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단순 암기와 문제 풀이가 아닌 창의력과 응용력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사교육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

무엇보다 교원들 스스로 공교육의 파수꾼이라는 사명감을 회복해야 한다. 대다수 성실한 교원들이 소수의 비리 때문에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교직사회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사교육 카르텔은 공교육 붕괴의 징후다. 이를 계기로 우리 교육의 근본을 돌아보고 신뢰를 회복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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