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대선 경선에 시동을 걸었다. 경선 일정이 시작되자마자 두 당에서 거의 동시에 나온 말이 있다. '단합'. 한쪽은 후보들에게 정제된 경쟁을 주문했고, 다른 쪽은 아예 선관위원장이 나서 분열과 갈등엔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선언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굉장히 평화롭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렇게까지 단합을 강조한다는 건 곧 그만큼의 균열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일이기도 하다.

사실 모든 정당이 대선 경선 때면 한목소리로 '원팀'을 외친다. 그럼에도 경선이 끝난 뒤에도 상처가 남는 건 다 이유가 있다. 경선은 결국 내부 경쟁이다. 그 경쟁 안에서 각자의 생각, 노선, 스타일이 충돌하지 않을 리가 없다. 서로 비난을 자제하자고 약속하고, 네거티브를 하지 않겠다고 서약해도 판이 커지고 구도가 뚜렷해지면 언젠가는 누군가 먼저 균형을 깨뜨린다. 

그래서 진짜 중요한 건 단합을 외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경쟁하느냐'다. 누가 이기든 경선 과정 자체가 설득력이 있어야 이후의 연대도 힘을 갖는다. 그게 없으면 아무리 '원팀'을 말해도, 그 말엔 에너지가 없다. 겉으론 손을 잡고 사진을 찍더라도, 유권자들은 그게 진짜인지 아닌지 금방 알아차린다.

이번 대선 경선도 그 시험대 위에 있다. 누구의 이름이 앞서고, 어느 진영이 유리하냐보다 더 흥미로운 건 이 경선이 얼마나 건강하게 흘러갈 수 있느냐다. 정책이 실종된 말싸움이 아니라, 서로를 인정하면서도 분명한 선을 지키는 싸움일 수 있을지. 이게 결국 양당 모두가 스스로 내세운 '단합'이 공허한 구호가 아니라는 걸 증명하는 길이기도 하다.

정당마다 경쟁의 룰을 다르게 가져간다. 투표 방식도, 비중도 다르다. 하지만 정작 유권자들이 눈여겨보는 건 그 룰보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누가 더 요란한지를 보자는 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이기는지를 보고 싶은 거다. 경선은 끝나도 선거는 남아 있다. 단합은 경선 뒤에 찾는 게 아니라, 경선 안에서 보여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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