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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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대통령이 내란 혐의로 재판에 서는 상황 자체가 한국 민주주의 역사에서 매우 이례적인 장면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14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정식 공판에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검찰의 공소사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검찰은 비상계엄의 사전 모의 정황과 폭동 유발 의도를 시각자료를 통해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며, 윤 전 대통령은 직접 마이크를 잡고 “코미디 같은 기소”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첫 공판부터 장시간 공방이 이어졌다. 검찰과 피고인 측 모두 통상의 절차를 넘어선 분량의 진술을 이어갔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재판이라는 점에서 법정 안에서의 긴장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적 해석이나 진영 논리를 앞세운 여론 재판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사건은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법정 내의 증거와 진술로만 판단돼야 한다.

검찰의 기소는 공소장 한 줄 한 줄이 곧 헌정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무게를 갖는다. 반대로, 윤 전 대통령이 주장하는 ‘비상조치의 불가피성’과 ‘정치적 맥락’ 역시 법리적으로 얼마나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지 차분히 검토돼야 한다. 법정은 어떤 방향으로도 흔들려선 안 된다. 오직 법의 이름으로만 이 사건을 마주해야 한다.

이번 재판은 단지 윤 전 대통령 개인의 유무죄를 가리는 절차에 그치지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계엄이라는 헌법적 긴급조치가 어떻게 해석되고, 어떻게 준비되고, 어디까지가 허용되는지를 사법적으로 분명히 밝혀내는 자리다. 국가 최고 권력자의 판단이 역사의 어디쯤에 서 있는지를 가늠할 기준이 바로 이 재판을 통해 마련될 것이다.
진실의 무게는 결국 법정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 기록은 훗날 역사 속에서 다시 읽힐 것이며, 그날 법정에 서 있었던 이들의 말과 판단이 우리 민주주의의 단면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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