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한국 경제는 수출 지표를 중심으로 반등 신호를 내고 있다. 반도체 수출은 2023년 5월 -36.2%라는 급락세에서 2025년 들어 5.0% 증가로 전환됐고, 대중국 수출 역시 -20.8%에서 6.5% 성장세로 돌아섰다. 정부는 이를 경기 저점 통과의 신호로 해석하며, 올해 경제 성장률이 2.2%까지 개선될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회복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낙관론의 근거는 불투명하다. 수출 반등은 사실상 반도체 가격 회복과 대중 수출 기저효과에 기대고 있고, 내수 부문은 여전히 정부 재정에 의해 견인되는 구조다. 정부가 제시한 2025년 경제정책방향은 ‘민생경제 회복 가속화’와 ‘산업 경쟁력 강화’, ‘금융 안정성 제고’라는 3대 축으로 구성됐지만, 그 중심에는 공공 투입과 행정 드라이브가 있다. 반등이라기보다, 밀어 올린 회복에 가깝다.

구체적으로 보면 수도권 130만 호 주택 공급, 상반기 중 SOC 발주율 60% 달성, 관광객 2,000만 명 유치를 위한 콘텐츠 연계 관광상품 개발 등은 모두 정책으로 만들어진 수요를 가정하고 있다.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라는 자생적 순환 구조는 여전히 확인되지 않는다. 정부는 소비를 자극하기 위해 15조 원 규모의 한시적 소비세 감면도 검토 중이다. 의류·가전 제품의 세율을 5%에서 3%로 인하해 소비심리를 부양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책 종료 이후 수요의 반락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재정 투입의 속도와 규모도 이례적이다. 상반기 조기 집행률 70%라는 목표는 정부가 지금의 회복 국면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동시에, 그것은 민간의 자율적 반등이 아닌 정부 주도의 계획형 회복이라는 점을 의미하기도 한다. 회복의 엔진이 시장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후 경기 탄력성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맥락은 산업 정책에서도 반복된다. 반도체, 이차전지, 조선 등 3대 핵심 산업에 23조 원의 R&D 예산을 투입하고,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와 이차전지 재활용 인프라를 구축하는 계획도 사실상 산업 전반에 ‘토대를 깔아주는’ 접근이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당장의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데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이다. 더욱이 이 모든 정책이 작동하려면 글로벌 수요 회복이라는 외생적 조건이 전제되어야 한다.

금융 정책 또한 마찬가지다. 정부는 부동산 PF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조기경보 시스템을 도입하고,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을 2.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강화했다. 외환보유액을 4,500억 달러 수준으로 유지해 시장 불안을 차단하겠다는 계획도 포함됐다. 하지만 이런 조치들은 ‘리스크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 회복이 아니라 침체를 막기 위한 방어에 가깝다.

정부는 회복을 말하지만, 시장은 아직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수출 증가나 조기 집행이라는 수치는 외형적 반등을 뒷받침하지만, 가계와 기업이 체감하는 온도는 여전히 낮다. 성장률 전망은 분명 개선됐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가능성과 중국 경기 둔화라는 구조적 리스크는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결국 이 회복이 정책 효과에 의해 ‘기획된 것’인지, 아니면 시장의 체력을 바탕으로 한 ‘자생적 순환’인지는 올해 하반기 들어서야 판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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