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학교 교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학교법인 전임 이사장의 행태는 교육기관 운영의 기본 윤리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 개인 숙소 공사에 학생 예산을 쏟아붓고, 행정직원을 동원해 수익사업을 벌인 뒤 수익금을 착복하는 등 공공성과는 거리가 먼 전횡이 수년간 이어졌다. 급식비조차 내지 않고 무상으로 제공받는가 하면, 교내 카페 수익을 장학금이 아닌 사적 이익으로 챙긴 사실은 교육기관이라 부르기조차 민망한 수준이다.

사학비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같은 행태가 단지 일부 개인의 일탈로 치부되며 반복된다는 데 있다. 사립학교는 민간이 운영하지만, 정부 보조금과 학비 등 공적 재원이 투입되는 공공 교육기관이다. 그럼에도 자율성이라는 이름 아래, 학교법인의 이사회는 사실상 이사장 1인의 사적 운영 체계로 전락한 경우가 많다. 내부 견제 장치 없이 회계와 인사, 시설 운영까지 모두 이사장 손에 달려 있다면, 교비 유용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이러한 구조를 방치해 온 감독기관의 책임도 결코 가볍지 않다. 수년간 이어진 교비 횡령 정황을 교육부와 지자체가 몰랐다고 보기 어렵다. 알았다면 방조한 것이고, 몰랐다면 감시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사후 적발에 그치지 않고, 사전에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부터 점검해야 한다.

사립학교의 자율성은 교육의 다양성과 실험을 위한 틀이지, 사적 이익을 위한 면죄부가 아니다. 이제는 ‘사학의 자유’라는 명분에 가려진 권력 집중 구조를 해체할 때다. 이사회 구성의 공공성 확대, 회계 투명성 확보, 외부 감사 제도 정비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비리를 저지른 이사장을 처벌하는 데서 그칠 게 아니라,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법과 구조를 바꾸는 것이 진짜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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