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8월 국제수지 통계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이동원 한국은행 금융통계부장이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8월 국제수지 통계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최근 한국의 경상수지가 48억1000만달러로 빛나는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이 흑자는 지난 5월부터 4개월 연속 이어진 것으로, 지난해 4~7월의 기록을 이어 13개월만의 눈부신 성과를 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물론 이 흑자는 불황 때문에 수입이 크게 감소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은행은 수출이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미래 지표에 대한 기대를 보였다.

11일 한은이 발표한 ‘2023년 8월 국제수지’ 자료에 따르면, 이번 흑자는 상품수지의 흑자 증가와 서비스 및 이전소득수지의 적자 감소로 이루어졌다. 경상수지는 주로 상품, 서비스, 본원소득, 이전소득수지 등 4개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그 중 상품수지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상품수지는 5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수출과 수입 모두 감소했지만, 수입액 감소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 수출 감소율은 지속적으로 축소되고 있으며, 반도체와 승용차 등 주요 수출 품목에서는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원유 및 에너지류 수입 감소가 눈에 띄었다. 지난해 원유 비축량을 크게 확대한 영향으로 이번 해 7~8월 원유 수입 감소 폭이 확대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대해 한국은행은 “전기 및 전자 분야, 그리고 금융지주사 중심의 배당 증가와 원유 수입 감소 등이 결합된 결과”로 설명했다.

외부 환경도 이번 경상수지 흑자에 영향을 미쳤다. 지난 8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전쟁으로 인해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수출과 수입의 감소 폭이 둘 다 줄어들었다. 이에 대해 이동원 한은 금융통계부장은 “중국과의 수출이 부진하더라도 미국과의 수출이 상쇄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가오는 4분기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지, 한국은행과 전문가들은 지켜보고 있다. 이 금융통계부장은 “수출 감소율이 줄어들고, 4분기에는 긍정적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그러면서 “산술적으로 보면, 9~12월에 월평균 40억달러 흑자를 기록하면 하반기 흑자 규모 전망치(+246억달러)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러한 긍정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의 불안정성,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주요 거래국인 중국과 미국의 경제 동향 등이 한국의 경상수지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중국의 경제 상황은 한국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중국의 수출 부진이 지속될 경우 한국의 경상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미국과의 수출은 중국과의 부진을 상쇄해 줄 수 있는 잠재력을 보이고 있다. 이 금융통계부장은 “올해 1~8월 기간 동안 한국의 전체 수출 중 중국 비중은 19.7%로 내려갔지만, 미국 비중은 18%까지 상승하였다”며, 미국과의 경제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 순 자산도 주목할 만하다. 8월 기준으로 57억3000만달러가 증가했는데, 이는 내국인의 해외 직접투자와 외국인의 국내투자가 모두 증가한 덕분이다. 특히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크게 늘었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등의 요인으로 7월에 비해 증가 폭이 축소됐다.

한국의 경제는 여전히 많은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한은 및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의 기본적인 건전성과 미래 잠재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도 한국은행은 다양한 경제 지표와 세계 경제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며, 적절한 정책 대응을 통해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성장을 지속적으로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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