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의 중요성과 안보의 대가를 알면서도, 국방부 장관의 자리가 정쟁의 중심으로 부상한 최근의 상황은 대한민국의 정치적 장면에서 깊이 반성해야 할 부분이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것은 국가의 국방과 안보를 담당하는 중요한 직책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의 장기판에서 그저 하나의 졸이 돼버린 결과로 보인다. 이 장관이 사의를 표명하기 전부터 정치권에서는 그의 탄핵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졌고, 그 중심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주도적인 탄핵 발의 주장이 있었다. 그러나 탄핵의 본래 취지는 국가의 기본질서를 침해하거나 권력을 남용하는 고위직 공무원을 국민의 대리인인 국회를 통해 처벌하는 제도이다. 그것이 정치적 계산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것은 안타까울 뿐이다.

장관의 사의 표명은 이 같은 정치적 추진력을 피하려는 선제적인 대응으로 볼 수 있다. 민주당에서 주도하는 탄핵이 이루어진다면, 국방부의 공백 상태가 오랜 시간 지속될 위험성이 있었으므로, 국가 안보를 위한 판단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선제적 사표는 정치권의 다툼 속에서 국방부의 지위와 역할을 무시하고 있음을 암시하는 것이 아닐까.

북한의 도발과 북·러의 무기거래가 국제적인 안보 이슈로 떠오르는 이 시점에서, 국방부 장관의 자리가 단순한 정치적 수단으로 전락하는 모습은 국민들에게 큰 불안감을 준다. 우리는 국가의 안보와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의 자리가 정치적 놀이의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상기해야 한다.

국방부 장관의 자리를 둘러싼 최근의 정치적 다툼은 국가의 안보와 정책을 우선시 하는 참정치로서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함을 절실히 보여주고 있다. 국민의 안전과 국가의 안보는 어떤 정치적 이익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우리는 절대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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