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고용보험 통계로 본 노동시장 구조 변화

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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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노동시장이 인구구조 변화와 기술혁명의 교차점에서 다층적 변동을 보이고 있다. 2025년 2월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전년 대비 1.0% 증가했으나, 산업별·지역별·연령별 편차가 확대되며 노동시장의 다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주목할 점은 30대 초반 여성의 고용률이 2023년 71.3%에서 2025년 73.6%로 급증하며 동일 연령대 남성(83.4%)과의 격차가 9.8%p로 축소된 것이다. 반면 30대 후반 여성은 육아부담으로 경제활동참가율이 64.7%에서 63.1%로 오히려 하락하며 'M자형 커브' 잔재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50대 연령층 내에서도 뚜렷한 세대 분화가 관찰된다. 50대 초반 제조업 종사자의 비정규직 비율이 2023년 38.4%에서 2025년 42.3%로 확대된 반면, 50대 후반 보건복지서비스 종사자의 정규직 비율은 54.1%에서 58.4%로 상승했다. 50대 후반 여성의 시간제 일자리 참여율은 2020년 12.3%에서 2025년 18.7%로 급증하며 '은퇴 후 재취업' 패러다임이 정착되고 있다.

지역적 측면에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일자리 질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수도권은 2025년 기준 관리전문직 비중이 34.2%로 전국 평균(26.8%)을 크게 상회하며, 특히 서울 강남3구의 데이터 분석가 밀집도는 전국 대비 3.2배에 달한다. IT 서비스업 내 소프트웨어 개발직은 연간 8.4%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경북·충남 지역은 제조업 고용비중 41.2%로 전국 최고 수준을 유지하나, 중간기술 일자리 감소(-6.7%p)로 인해 임금중위값이 수도권 대비 72.3%에 그치고 있다. 인천의 경우 청년 실업률이 2020년 5.1%에서 2025년 7.3%로 악화되며 지역경제의 취약성이 노출됐다.

광역시별로도 산업 특성에 따른 고용의 양면성이 두드러진다. 부산은 조선해양산업 고용이 2023-2025년 14.2% 증가했으나, 임금체불율 8.3%로 전국 평균(4.1%)의 2배를 기록하며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실패했다. 대구는 의료기기 산업 집적화로 50대 후반 고용률 68.9%를 달성했으나, 청년층 유출률은 연간 3.4% 증가하는 모순적 구조를 보인다.

산업 내부에서도 직종별 분화가 심화되고 있다. IT 서비스업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직은 클라우드 전환 수요에 힘입어 2025년 고용증가율 9.2%를 기록했으나, 정보보안 분야는 인공지능 자동화 영향으로 신규채용이 2023년 대비 18.7% 감소했다. 데이터 분석가의 경우 수도권 89.3% 집중으로 지역간 수요격차가 확대되었다.

고용의 질적 측면에서도 주목할 문제가 있다. 공식 통계상 주당 평균 근로시간은 2025년 38.7시간으로 감소했으나, 재택근무자의 실제 근무시간은 45.6시간으로 측정되어 '숨겨진 노동'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제조업 비정규직의 경우 교대조 확대로 야간근무 비중이 2015년 29.8%에서 2025년 43.2%까지 증가했다.

임금체계에서도 격차는 여전하다. 30대 초반 여성의 시간당 임금은 남성의 71% 수준에 그치며, 50대 후반 남성의 경우 정규직 전환 시 임금 프리미엄이 63.2%에 달한다. IT 서비스업 내에서도 소프트웨어 개발직과 데이터 입력직의 임금격차가 3.2배로 확대되었다.

이러한 노동시장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은 세 가지 전략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30대 후반 여성을 위한 유연근무제 확대(현재 12.3%에서 2027년 30% 목표)와 50대 후반의 경력재구축 프로그램 병행이 필요하다. 스웨덴의 '생애주기별 사회보험 포트폴리오 제도'를 벤치마킹해 중장년층의 직업전환을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둘째, 비수도권에 디지털트윈 특화단지(경북), 바이오헬스 클러스터(충남) 조성을 통해 수도권 대비 23% 낮은 R&D 인프라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독일 루르지역의 '탈탄소 산업전환 모델'을 참조해 기존 제조업 허브를 그린에너지 혁신밸리로 재탄생시키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셋째, AI 시대에 대비한 '국가 디지털 크레덴셜 시스템' 도입으로 IT 분야 미충족 일자리 34%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특히 정보보안 분야의 경우 실무형 사이버 레인저 양성 프로그램을 대학-기업 협력으로 확대(현재 1,200명에서 2027년 5,000명 계획)할 필요가 있다.

2025년 노동시장은 단순한 고용량의 변화를 넘어 질적 전환의 기로에 서 있다. 30대 여성의 경제활동 확대와 50대 후반의 재참여 증가라는 인구학적 변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고용 질 격차라는 공간적 도전, AI로 인한 직종 재편이라는 기술적 충격이 삼중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연령통합형 고용정책, 지역특화형 산업재편, 디지털 스킬 혁신이라는 3축 전략의 동시 추진이 필수적이다.

특히 고용보험 사각지대에 놓인 180만 명의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와 함께, 기업의 ESG 경영에 고용안정지수를 추가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2028년 본격화될 노동력 감소와 지역간 고용격차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때만이 한국 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윤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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