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35 문화비전’을 통해 지역 문화 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문체부 발표에 따르면 ‘문화도시 3.0’, 국립예술단체 지역 이전, 지역 관광 콘텐츠 개발 등의 정책이 지역 문화 활성화를 이끌 것이라지만, 최근 통계는 오히려 문화 접근성의 수도권 편중이 심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25년 기준 공연장의 38%, 박물관의 41%가 서울·경기에 집중돼 있으며, 문화예술 관련 예산도 특정 대형 프로젝트에 쏠리고 있다. 평택 평화예술의전당에는 전체 문화 인프라 예산의 23%가 배정된 반면, 16개 광역시·도 중 7곳은 오히려 예산이 삭감됐다. 지방 문화시설 확충보다는 수도권 거점 중심의 지원이 지속되는 모양새다.

지역별 공연예술 관람률 및 박물관/미술관 방문률

이러한 불균형은 문화 소비 지표에서도 확인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4 문화소비실태조사’에 따르면 공연예술 관람률은 수도권 58.7%, 충청권 34.1%, 호남권 29.8%로 지역별 격차가 두드러진다. 박물관·미술관 방문률 역시 수도권이 43.2%인 반면, 호남권은 22.4%에 그쳤다.

문화기술(AI·XR) 중심의 미래 정책 또한 수도권 중심으로 설계되고 있다. AI 문화플랫폼 구축사업의 82%가 수도권 기업이 수주했으며, VR 문화체험시설의 9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정부가 내세운 ‘디지털 문화 접근성 확대’가 실제로 지역 문화 격차를 좁히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문화격차 해소를 위해 ‘소규모 지역 문화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현재 문화예산의 79%가 시설 건립에 집중돼 있지만, 정작 지역별 문화 프로그램 및 인력 양성 지원은 부족하다. 문화정책이 단순히 대형 인프라 사업에 머물 것이 아니라, 지역 특성을 반영한 지속 가능한 구조로 가야 한다는 점에서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정책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윤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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