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아이클릭아트

통계청이 발표한 최근 가계동향조사 결과는 우리 사회의 경제적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소득분배 지수가 소폭 개선되었다는 수치 뒤에는 저소득층의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이 가려져 있다. 지난해 4분기 소득 하위 20%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21만3천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지만, 이들의 근로소득은 오히려 4.3% 감소했다. 이는 201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저소득층 가구가 월평균 34만9천원의 적자 살림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적자액이 33.6%에 달한다는 것은 이들이 생존을 위해 기본적인 소비조차 빚으로 충당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평균소비성향이 133.6%라는 수치는 소득보다 지출이 훨씬 많은 절박한 경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는 월 1천119만9천원의 소득을 올리며 월평균 401만4천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들의 소득은 3.7% 증가했음에도 오히려 지출은 0.4% 감소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이자 부담이 줄어든 혜택도 주로 고소득층이 누리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와 정책 당국은 종종 거시경제 지표의 개선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이러한 통계적 개선이 실제 서민 경제의 고통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이 5.30배에서 5.28배로 소폭 하락했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여전히 상위 20%의 소득이 하위 20%의 5배가 넘는 현실에서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특히 노인 가구의 저소득층 유입 증가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를 보여준다. 노동시장에서 은퇴한 노인들이 적절한 노후 보장 없이 빈곤층으로 전락하고 있는 현실은 현행 사회 안전망의 심각한 결함을 드러낸다. 이는 단순한 경기 순환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실질적인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 첫째, 저소득층의 근로소득 감소 추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에 정책적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둘째, 생활필수품 가격 안정과 주거비 부담 경감을 위한 구체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셋째, 고령층에 대한 실효성 있는 사회안전망 강화가 절실하다.

우리 경제의 진정한 건전성은 통계적 수치가 아닌 서민들의 삶의 질 개선에서 찾아야 한다. 정부는 경제지표의 미세한 개선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삶이 실질적으로 나아지는 체감형 경제 정책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서민들의 적자 살림이 흑자로 전환될 때 비로소 우리 경제가 진정 건강해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작권자 © 세종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