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 사고 장면 cctv 화면 캡쳐 영상 제공 천안서북경찰서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 사고 장면 cctv 화면 캡쳐 영상 제공 천안서북경찰서

서울세종고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참사는 우리 사회가 여전히 '빠른 성장'과 '안전'이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고 있음을 아프게 일깨운다. 경기도 안성시 서운면 산평리 고속도로 건설 현장에서 교각에 올려진 상판이 무너져 귀중한 생명들이 희생되었다. 이번 사고로 3명이 목숨을 잃고 7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현재도 추가 매몰자 수색이 진행 중이다. 무거운 상판이 최대 52m 높이에서 떨어지는 순간, 그 아래에서 일하던 근로자들에게는 피할 시간조차 없었을 것이다.

대형 국책사업은 국가 경제 발전과 국민 편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수도권과 중부지방을 연결하는 핵심 교통망으로서 그 중요성이 크다. 이미 수도권 구간은 올해 초 개통되었고, 나머지 구간도 2026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일정과 목표가 현장 안전을 담보로 한 것은 아닌지, 공기(工期) 준수에 대한 압박이 안전 관리의 소홀함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국내 건설 현장의 사고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매년 무수한 건설 노동자들이 산업 재해로 희생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형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우리는 같은 질문을 반복한다. 안전 수칙은 제대로 지켜졌는가? 적절한 안전 장비와 교육이 제공되었는가? 하청업체와 원청업체 사이의 안전 책임은 명확했는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우리는 진정 이전의 사고에서 교훈을 얻었는가?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을 맡은 이번 현장에서도 동일한 질문이 제기된다. 회사 측은 "현장 관련 전 직원이 나와서 사고 수습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하청업체 직원의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답변은 우리 건설 현장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원청과 하청으로 나뉜 구조 속에서 안전의 책임이 희석되고, 현장의 실상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현실이다.

세계적으로 보면, 대형 건설 프로젝트에서 안전과 일정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는 국가들이 존재한다. 일본의 경우, '안전 제일'이라는 원칙하에 공사 기간이 다소 길어지더라도 철저한 안전 관리와 품질 보증을 우선시한다. 싱가포르는 건설 현장의 모든 작업자가 안전 교육을 이수해야 하며, 안전 관리자의 권한이 강력하다. 이들 국가에서는 '빠른 완공'보다 '안전한 완공'이 더 큰 가치로 인정받는다.

우리는 이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단순히 사고 후 책임자를 처벌하고 보상하는 사후 대응을 넘어,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공사 기간 연장과 비용 증가를 의미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인명 피해와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현명한 투자다.

정부는 대형 국책사업의 성공을 공기 준수나 예산 절감만으로 평가하지 말고, '무사고 완공'을 핵심 성과 지표로 삼아야 한다. 건설사들은 원청-하청 구조에서 안전 책임이 분산되지 않도록 통합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 사회는 편리함과 속도만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숨겨진 희생과 위험에 더 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번 참사로 희생된 이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안전'과 '속도' 사이에서 잃어버린 균형점을 다시 찾아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국가 발전의 모습이며, 희생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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