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4' 보고서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인구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가 27.3명으로, 201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의 근본적인 성찰을 요구한다. 이는 단순한 수치의 증가가 아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절망감이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의미하는 적신호다.

국제사회와 비교하면 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두드러진다. 대다수 선진국들이 지난 20여 년간 자살률을 꾸준히 낮춰왔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현실은 더욱 우려스럽다. 2위 국가인 리투아니아와도 상당한 격차를 보이는 이 수치는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나 우연의 결과가 아닌,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구조적 모순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자살률 급증의 이면에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세대 간 격차, 빈부 격차의 심화, 고용 불안정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남성의 자살률이 여성보다 2배 이상 높다는 점이다. 이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실직에 대한 두려움, 경제적 압박감이 남성들에게 가중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또한 고령층의 높은 자살률은 노인 빈곤과 사회적 고립이라는 또 다른 사회문제와 맞닿아 있다.

이제 우리는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에 착수해야 한다. 우선, 정신건강 관리 체계의 전면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현재의 파편화된 상담 지원 시스템을 통합하고, 지역사회 중심의 촘촘한 관리망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생애주기별 맞춤형 자살예방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한다. 청년층의 취업 스트레스, 중년층의 경제적 부담, 노년층의 고독감 등 연령대별 특성을 고려한 세분화된 접근이 요구된다. 셋째,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선제적 발굴과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심리적 회복과 사회 복귀를 포괄하는 종합적인 지원이어야 한다.

한 사회의 자살률은 그 사회의 건강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다. 현재의 높은 자살률은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적신호이자, 시급한 개선이 필요한 영역임을 알려주는 경고음이다. 이제는 정부와 지자체, 시민사회가 힘을 모아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때다. 생명의 가치가 최우선으로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 우리 모두의 적극적인 관심과 실천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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