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2월호는 우리 경제가 예상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정부가 처음으로 '내수 회복 지연'이라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고용 부진에 대한 우려를 두 달 연속 언급한 점도 현재의 경기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방증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제 진단이 너무 늦었다는 데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내수 부진이 지속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내수 회복 조짐'이라는 표현을 유지하다가, 이제서야 그 현실을 인정했다. 이처럼 안일한 진단이 지속된다면, 적절한 정책 대응 역시 지연될 수밖에 없다.

소비와 투자 등 내수 지표는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12월 소매 판매는 전월 대비 0.6% 감소했으며, 카드 승인액 증가율도 급격히 둔화했다. 특히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8.3% 감소해 경제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여전히 기준값인 100을 밑돌고 있어 국민들의 경제적 불안감이 크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수 회복을 언급하지 않은 채 대응을 미뤄온 것은 실책이라 할 수밖에 없다.

고용 시장의 불안정성도 심각하다. 1월 취업자 수는 증가했지만, 건설업과 제조업 취업자는 대폭 감소했다. 청년층 취업자 수도 21만8천 명 줄어드는 등 구조적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취업자 수 자체는 증가했다'는 식의 설명으로 현 상황을 희석하려 하지만, 실질적인 고용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는 진단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한 고용 부진이 지속된다면 경제 전반의 소비와 투자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대내외 불확실성도 정부의 대응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미국 신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가 현실화되면서 우리 수출 시장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다. 1월 전산업 기업심리지수가 하락한 것 역시 이러한 불확실성을 반영한 결과다. 이미 수출은 전년 대비 10.3% 감소했으며, 경상수지 흑자 폭 축소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는 상황에서 정부의 대응이 미흡하다면, 경제 전반에 장기적인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정부는 '1분기 민생·경제 대응 플랜'을 통해 일자리와 서민금융, 소상공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소극적인 태도로 볼 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지 의문이다. 단순한 대책 나열이 아니라, 내수 부진과 고용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미국의 관세 부과 조치 등 대외적 변수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 전략도 마련해야 한다.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역할은 분명하다. 경제를 낙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현실을 직시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제라도 정부가 보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경제 정책을 내놓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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