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에서 '자경단'이라는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꾸려 약 5년간 남녀 234명을 성착취한 김녹완(33).  이 정보는 내달 10일까지 약 한 달간 공개된다.
텔레그램에서 '자경단'이라는 사이버 성폭력 범죄집단을 꾸려 약 5년간 남녀 234명을 성착취한 김녹완(33).  이 정보는 내달 10일까지 약 한 달간 공개된다.

'자경단(自警團)'이란 본래 스스로 지역의 치안을 지키기 위해 조직된 민간 단체를 일컫는다. 그러나 최근 검찰에 적발된 사이버 성폭력 범죄조직은 이 이름을 차용해 무려 234명에 달하는 무고한 시민을 성착취했다. 스스로 경계한다는 뜻의 '자경'이란 단어가 이보다 더 모순되고 역설적으로 사용된 적이 있었던가.

이번 사건의 특징은 조직의 규모와 범행 수법이 매우 계획적이고 치밀했다는 점이다. 미성년자를 포함한 피해자들을 협박하여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이를 유포하겠다며 다시 협박하는 수법으로 금전을 갈취했다. 더구나 가학적이고 변태적인 수법으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등 그 행태는 경악을 금치 못할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디지털 성범죄가 기존의 성범죄와 달리 피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한번 유포된 디지털 성착취물은 사이버 공간에서 무한히 복제되어 평생 피해자를 따라다니게 된다. 이는 살인보다도 더 잔혹한 범죄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행법상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는 이러한 피해의 심각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 단순히 형량을 높이는 것을 넘어, 범죄 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피해자 배상을 의무화하는 등 실질적인 제재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범죄 조직의 자금줄을 차단하기 위해 범죄 수익을 추적하고 몰수하는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수사기관의 전문성 강화도 시급하다. 나날이 진화하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전담 수사인력을 확충하고, 이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교육과 훈련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포렌식 역량 강화는 물론, 국제 공조수사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자경단' 사건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암적 존재인 디지털 성범죄의 실체를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제 우리 사회는 이런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처벌 강화를 통해 누구도 감히 이런 범죄를 저지를 생각조차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234명의 무고한 피해자들의 깊은 상처를 조금이나마 치유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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