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시장이 거침없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24년 온라인 쇼핑 거래액은 242조 원을 돌파했고, 모바일 쇼핑 비중은 76.4%로 증가했다. 클릭 몇 번이면 모든 것이 집으로 배송되는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은 위기일까. 오히려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한 쇼핑 공간'에서 벗어나 새로운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매장은 '경험'과 '커뮤니티'의 중심지로 변화하고 있다.

매장에서 물건을 사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것은 '체험'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을 직접 만지고 사용해보며 브랜드와 감성적 연결을 원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무신사 스토어 성수다. 2025년 오픈 예정인 이곳은 5개 층, 총 2,500평 규모의 초대형 매장으로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패션을 체험하는 공간'으로 기획됐다. 기존의 의류 매장과 달리 방문객들이 스타일링을 경험하고 패션 트렌드를 체험할 수 있는 요소들을 강조하고 있다. 애플스토어 역시 '체험형 매장'의 대표적인 사례다. 단순한 제품 진열을 넘어 고객이 직접 기기를 사용해보며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직원들은 제품 판매보다 고객 교육과 기술 지원에 초점을 맞추며 소비자와의 관계를 구축한다. 가구 브랜드 이케아도 단순한 가구 판매점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체험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매장을 방문하면 다양한 인테리어 콘셉트를 직접 체험할 수 있으며, 고객은 자신의 생활공간을 구상하며 자연스럽게 브랜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게 된다.

이제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머무르고 싶은 곳'이 되어야 한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와의 관계를 원하고 있다.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커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체험을 제공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고객들은 바리스타와 소통하며 커피를 배우고 직접 로스팅 과정을 경험할 수도 있다. 더현대 서울 역시 기존 백화점의 개념을 뛰어넘어 쇼핑과 문화가 결합된 공간을 제공한다. 단순한 쇼핑몰이 아니라 다양한 전시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으며 방문객들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있다. 브랜드 플래그십 스토어들도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공간으로 변모 중이다. 단순한 제품 전시가 아니라 브랜드의 철학과 감성을 공유하는 공간으로 기획되면서 소비자들은 단순한 쇼핑을 넘어 브랜드의 팬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완벽한 오프라인 경험을 제공하더라도 온라인과의 연결이 없다면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이제는 온·오프라인이 융합된 '옴니채널 전략'이 필수가 되고 있다. 패션 브랜드 자라는 매장에서 직접 옷을 입어본 후 온라인으로 주문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고객이 원하는 상품이 매장에 없더라도 온라인 주문을 통해 집에서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다. CJ 올리브영의 '오늘 드림' 서비스는 온라인에서 주문한 상품을 3시간 내에 매장에서 직접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2023년 서울 지역에서 온라인 주문의 38%가 이 서비스를 이용할 만큼 빠른 배송과 매장 픽업의 조합은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AI와 빅데이터도 매장 운영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무인 편의점, 스마트 매장, AI 기반 고객 맞춤 서비스 등 다양한 기술들이 매장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이는 고객 경험을 개선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이 강세를 보이는 시대에도 오프라인 매장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역할은 변하고 있다.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닌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커뮤니티가 형성되는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들은 소비자들에게 단순한 쇼핑이 아니라 브랜드와 감성적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체험형 매장, 커뮤니티 공간, 그리고 온라인과의 자연스러운 융합이야말로 오프라인 매장이 살아남는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앞으로의 유통 산업에서는 '누가 더 좋은 제품을 파는가'보다 '누가 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가'가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다. /윤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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