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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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를 계기로 항공, 철도, 도로 등 교통 전반에 걸친 안전 혁신 방안을 내놓았다. 179명의 귀중한 생명을 잃은 뒤에야 나온 대책이라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지만, 그간 방치됐던 안전 사각지대를 해소하려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항공 안전 혁신이다. 무안공항의 콘크리트 둔덕처럼 명백한 위험 요소가 전국 공항에서 발견됐다는 점은 그간의 안전 점검이 얼마나 허술했는지 보여준다. 여수공항의 4m 높이 둔덕은 무안공항보다 더 위험한 상황이었음에도 아무도 문제 삼지 않았다. 이는 단순한 관리 부실을 넘어 안전을 경시하는 우리 사회의 민낯을 보여준다.

정부가 제시한 전기차 배터리 관리시스템이나 열차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은 바람직한 방향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해결책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더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전문 인력의 확충과 권한 강화다. 건축구조기사 자격 신설과 국가인증 감리 도입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조치다. 문제는 이들이 현장에서 실질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느냐다. 아무리 문제점을 발견해도 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또 다른 허울뿐인 제도가 될 것이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이번 대책이 여전히 사후 대응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제주항공 사고는 공항 시설 문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는 극한 기후 대비 미흡, 청라 전기차 화재는 신기술 안전관리 부실이 빚은 참사다. 모두 사전에 충분히 예측하고 예방할 수 있었던 사고들이다. 그럼에도 큰 사고가 날 때마다 뒤늦은 대책으로 때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안전은 비용이 아닌 투자다. 사고 수습에 들어가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예방적 투자는 오히려 경제적이다. 더 이상 소중한 생명을 잃고 나서야 대책을 세우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의 신속한 이행과 함께, 미래의 위험까지 예측하고 선제 대응하는 안전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 이보다 더 시급한 과제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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