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클릭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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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기 참사가 발생한 지 이틀째, 우리 사회는 또다시 깊은 슬픔에 잠겼다. 12월 3일 비상계엄 사태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발생한 이번 참사는 국민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사고 현장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무분별하게 확산되면서, 시민들의 정신건강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수년간 우리 사회는 세월호 참사, 이태원 참사 등 대형 사고를 겪으며 집단적 트라우마를 경험해왔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참사 영상의 무차별적 확산은 기존의 상처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젊은 직장인부터 임산부,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많은 시민들이 불면증과 불안, 우울감을 호소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정부는 이러한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스미싱과 해킹 시도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등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사회 차원의 성숙한 대응이다.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참사 영상의 반복 시청은 오히려 정상적인 회복을 방해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건강한 애도의 문화다.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유가족의 아픔에 공감하되, 그것이 또 다른 트라우마를 양산하는 방식이어서는 안 된다. 전문가들의 제안대로 지역사회 차원에서 전문적인 도움을 받으며 함께 위로하고 치유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

언론도 책임 있는 보도 자세가 필요하다.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필요한 충격적 영상이나 자극적 보도는 자제해야 한다. 시민들 역시 SNS상에서 사고 영상을 무분별하게 공유하는 행위를 삼가야 할 것이다.

이번 참사를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재난 보도와 애도 문화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다.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들을 위로하되, 그 방식은 건강하고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일상의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공동체의 회복력을 키워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이것이 우리가 이번 비극을 마주하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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