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크루아상, 이탈리아의 파나코타, 독일의 프레첼. 전통적으로 제과 산업은 유럽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최근 발표된 K-베이커리 수출 실적은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올 1월부터 11월까지 K-베이커리의 수출액은 4억 4백만 달러를 기록했으며,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제과 강국인 유럽과 북미에서 각각 17.8%와 15.4%의 놀라운 성장세를 보였다는 점이다.

이러한 성과는 단순한 K-푸드 열풍의 반사이익이 아닌, 체계적인 품질 관리와 현지화 전략의 결실이다. 실제로 전통적인 베이커리 시장인 북미와 유럽에서 각각 1.7배, 1.3배의 성장을 달성했다는 사실은 K-베이커리가 단순한 이색 식품이 아닌 현지 소비자들의 일상적 선택지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곡물가공품 및 베이커리 분야에서 한국의 수출 순위가 2019년 22위에서 2023년 15위로 상승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K-베이커리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R&D 투자와 더욱 엄격한 품질 관리가 필수적이다. 특히 전통적 제과 강국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적 특색을 살리면서도 현지 소비자들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는 혁신적인 제품 개발이 중요하다. 또한 최근의 글로벌 곡물 가격 변동성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적인 원료 수급 체계 구축도 시급한 과제다.

K-베이커리의 성공은 한국 식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단순히 한류 열풍에 편승하는 것이 아닌, 확고한 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세계화의 모습일 것이다. 120개국에 수출되는 K-베이커리 제품이 한국 식품 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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