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서북부 33만여 명의 주민들이 수돗물 없는 하루를 보내야 했다. 보령광역상수도의 밸브 고장이 빚어낸 이번 사고는 우리 사회 기반시설 관리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학교는 수업을 단축하고, 주민들은 물차와 생수에 의존해야 했다. 하나의 기계 설비 고장이 현대 도시의 일상을 이토록 불편하게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인프라 관리의 중요성을 다시금 실감하게 된다.

이번 사태의 주목할 점은 고장 난 밸브가 설치된 지 26년이 지났다는 사실이다. 산업용 밸브의 일반적 수명이 10~30년임을 고려할 때, 해당 설비는 교체가 필요한 시점에 근접해가고 있었다. 문제는 이 구간의 교체 계획이 2031~2035년으로 예정되어 있다는 점이다. 설비의 수명 주기와 교체 계획 사이의 이러한 간극은 우리의 인프라 관리 체계에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시사한다.

물은 생존과 직결된 필수재다. 수도 인프라는 그만큼 철저한 관리가 필요한 시설이다. 예산과 우선순위 문제로 시설 교체가 늦춰질 수는 있으나, 그 위험 부담은 결국 시민들의 몫이 된다. 이번 대규모 단수 사태로 발생한 사회적 비용을 고려하면, 보다 선제적인 시설 관리의 필요성이 더욱 분명해진다.

이제는 인프라 관리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단순히 설비의 물리적 수명만이 아닌, 안정적 서비스 제공이라는 관점에서 교체 시기를 검토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는 노후 시설 교체 계획을 재점검하고, 더욱 체계적인 관리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예산의 효율적 배분도 중요하지만, 시민의 기본적인 생활권 보장이라는 측면도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후 인프라에 대한 종합적인 점검과 대책 마련이 이뤄져야 한다. 당장의 불편함을 넘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인프라 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 시민의 일상과 직결된 기반 시설인 만큼, 보다 세심한 관리와 계획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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