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여 년간 한국문학의 해외 진출은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었다. 한강의 '채식주의자'가 2016년 맨부커 국제 문학상을 수상한 이래, 우리 문학은 세계 문학계의 주목을 받으며 그 위상을 높여왔다. 이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한국 작가들의 뛰어난 문학성과 한국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맞물린 결과다.

특히 주목할 점은 한국문학이 단순히 상을 받는 데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독자층을 확보하며 세계 출판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남주의 '82년생 김지영'이 26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어 60만 부 가까이 판매된 것은 한국문학의 보편성과 독창성이 세계 독자들의 공감을 얻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이러한 성과는 한국문학의 질적 성장뿐 아니라, 정부와 문화계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번역 지원 사업, 해외 문학 행사 참가, 한국문학 전문 번역가 양성 등 다각도의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장기적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야 할 때다.

첫째, 번역의 질을 높이는 데 더욱 주력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번역이 뛰어나지 않으면 그 진가를 알아보기 어렵다. 전문 번역가 양성과 함께, 작가와 번역가 간의 긴밀한 소통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다양성 확보에 힘써야 한다. 지금까지의 성과가 주로 현대 소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앞으로는 고전문학, 시, 희곡 등 다양한 장르로 그 폭을 넓혀야 한다. 이를 통해 한국문학의 깊이와 넓이를 세계에 알릴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전략이 필요하다. 전자책과 오디오북 시장이 급성장하는 지금, 이에 발맞춘 한국문학의 디지털화와 마케팅 전략이 요구된다. SNS를 활용한 홍보, 온라인 독자와의 소통 등 새로운 접근법을 적극 모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국학 연구와의 연계를 강화해야 한다. 해외 대학의 한국학과와 협력하여 한국문학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젊은 세대의 한국문학 독자를 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장기적으로 한국문학의 해외 수용 기반을 다지는 일이 될 것이다.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단순히 문학계의 과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소프트파워를 강화하고, 국가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수단이다. 문학을 통해 한국의 역사, 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고, 나아가 국제 관계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 큰 도약을 위해 준비해야 할 때다. 정부, 문학계, 출판계, 학계가 힘을 모아 체계적이고 지속 가능한 한국문학 세계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머지않아 한국문학이 세계문학의 중심에 우뚝 설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을 위해, 우리 모두의 지혜와 노력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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