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 전략을 통해 국제 신약 개발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범부처의 협력으로 개발된 항암제 ‘렉라자’가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획득하며, 이러한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특히, 정부가 연구개발(R&D) 지원을 통해 기초 연구부터 임상, 사업화까지 전 주기를 지원하며 신약 개발의 성공률을 높인 점이 돋보인다. 이는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화된 요소로, 한국은 정부와 민간의 협력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은 주로 민간 주도의 신약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조적이다. 한국의 이러한 전략은 향후 제약·바이오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렉라자의 성공은 단순히 신약 개발에서 끝나지 않고 경제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 세계 폐암 치료제 시장이 2023년 기준으로 약 45.6조 원 규모로 추정되는 가운데, 렉라자는 이 시장에서 경쟁 제품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를 위협하는 위치에 있다. 렉라자의 임상 3상 결과에 따르면, 타그리소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약 30%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향후 렉라자가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높인다. 블록버스터 의약품은 연매출 1조 원 이상을 기록하는 제품을 뜻하며, 이는 국내 신약 최초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러한 성과는 국내 바이오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더욱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신약 개발 과정에서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술의 활용이 성공적인 결과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AI는 신약 후보물질의 탐색과 발굴, 임상시험 설계의 효율성을 높이고, 데이터 기반 분석을 통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렉라자의 경우도 정부의 범부처 협력을 통한 데이터 활용이 글로벌 임상시험에 필요한 핵심 데이터를 제공하는 데 기여했으며, 이는 기술 수출과 FDA 승인에까지 이어졌다. AI와 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혁신적 신약 개발 방식은 앞으로도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고 성공률을 향상시키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의 전망도 밝다. 정부는 신약 개발을 포함한 첨단 바이오 분야를 국가 전략 산업으로 삼아 AI, 양자 기술과 함께 3대 게임체인저로 지목하고, 이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계획을 발표했다. 이러한 전략적 투자는 한국이 글로벌 바이오 선도국으로 도약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소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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