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고춧가루 팔아 103억 불법 수익낸 업체 적발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가 25일 가짜 고춧가루를 제조하고 판매한 업자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이번 적발로 총 11개 업체와 17명의 관계자들이 적발됐으며, 이 중 1명이 구속되고 16명이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들 업체들은 중국산 다대기와 고추씨 분말 등을 섞어 만든 제품을 '건고추 100%' 고춧가루로 속여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A업체의 경우, 2021년 6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약 2년 6개월 동안 이러한 방식으로 제조한 가짜 고춧가루 557톤을 80억 원어치 판매한 것으로 확인됐다. 나머지 10개 업체들도 비슷한 수법으로 284톤, 23억 원어치의 가짜 고춧가루를 판매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A업체가 수입 신고를 하지 않은 중국산 압축 건고추를 일명 '보따리상'을 통해 구입해 사용했다는 점이다. 이 건고추에서는 국내에서 고추에 사용이 금지된 식물생장촉진용 농약인 클로르메쾃이 기준치의 2배가량 검출되기도 했다.
식약처의 조사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원가를 낮추고 경제적 이득을 취하기 위해 이같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특히 작년 국내외 건고추 가격이 급등하자 가격 경쟁력을 높이려는 목적으로 이러한 수법을 사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A업체는 수사를 받는 중에도 폐기 명령을 받은 중국산 압축 건고추 1.4톤을 다시 사용하려 했다. 관할 관청에 폐기했다고 허위 보고한 뒤, 폐기업자에게 350만 원을 주고 이를 빼돌리려 했으나 식약처의 끈질긴 추적으로 적발되어 전량 폐기 조치됐다.
이번 사건으로 적발된 가짜 고춧가루의 총량은 841톤에 달하며, 판매 금액은 103억 원에 이른다.
과거 국내에서 발생한 유사한 식품 사기 사건들을 살펴보면 2013년 밀가루를 섞은 쌀가루 사건, 2017년 농약 검출 고사리 사건, 2019년 상한 계란 유통 사건 등이 있다.
쌀가루 사건은 일부 제분업체들이 쌀가루 제품에 값싼 밀가루를 섞어 판매한 사건으로,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관련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 사건으로 쌀가루 제품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크게 흔들렸다.
농약 검출 고사리사건은 일부 농가에서 판매한 고사리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농약이 검출된 사건으로, 식약처는 해당 제품을 회수하고 관련 농가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이 사건은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제품에 대한 신뢰 문제를 제기했다.
상한 계란 유통 사건은 일부 유통업체들이 상한 계란을 정상 제품으로 둔갑시켜 판매한 사건으로, 식약처는 대규모 단속을 벌여 상한 계란을 회수하고, 관련 업체를 고발했다. 이 사건으로 계란 유통망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크게 손상되기도 했다.
한편 2023년 12월 기준 원료 및 제품 평균 가격 비교 자료에 따르면, 국내산 건고추는 kg당 1만9000원인 반면, 중국산은 8500원으로 국내산의 약 45% 수준이었다. 무신고 수입 중국산 압축 건고추는 더 낮은 8000원으로 국내산의 약 42%에 불과했다. 고추씨 분말의 경우 국내산이 4500원, 중국산이 3300원으로 국내산의 약 73% 수준이었다. 완제품인 고춧가루는 국내산이 2만5000원, 중국산이 1만원으로 국내산의 약 40% 에 불과했다. /윤소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