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 관광은 '경유지'?
올해 방한 외국인관광객 이동 패턴 분석은 한국 관광산업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방한 이후 체류일수가 2박 이하 93.9%로 급격히 짧아지고, 단기투어상품 이용자의 83%가 1박 이하 일정을 선택하며, 3박까지 포함하면 92.9%에 달한다. 한국은 더 이상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동아시아 순환여행의 중간 경유지로 소비되고 있다. 이는 방문객 수 증가에만 몰두해온 정책이 초래한 필연적 귀결이다.
단체관광객의 방한 전 체류일수는 4박 이상이 71.3%를 차지하지만, 방한 이후에는 2박 이하가 93.9%로 역전된다. 개별관광객 역시 단기투어상품 이용자의 53.5%가 당일투어를 선택하는 등 동일한 패턴을 보인다. 방한 전후 방문 국가가 일본, 태국, 홍콩 등 아시아권에 집중되면서 한국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를 연속 방문하는 네트워크형 이동이 일반화됐다. 한국이 여행의 종착지가 아니라 이동 네트워크의 정류장에 머물러 있음을 입증하는 수치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휴양과 휴식 만족도가 90.4점, 만족 응답이 94.9%에 달하는데도 평균 체류일수는 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서비스 접근성과 안전성 등 기본 경쟁력을 확보했음에도 방문객들이 더 오래 머물지 않는 이유는 만족스러운 경험을 지속 가능한 체류로 전환할 콘텐츠와 전략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1일에서 3일 사이로 일정이 고정된 현재 구조에서는 지방 관광지 활성화도, 소비 다변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단기소비 중심 패턴이 지속될 경우 관광산업 회복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 경고한다. 83%가 1박 이하 일정에 몰리는 현실은 정책 당국이 얼마나 안일하게 대응해왔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이제는 방문객 수라는 양적 지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 체류일수를 늘릴 차별화된 콘텐츠 개발, 지역 분산을 유도하는 인센티브 설계, 목적지형 관광으로의 전환을 위한 중장기 전략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