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도 90점 넘는데… 방한객 일정 3일 벽 못넘어
올해 들어 방한 외국인관광객의 이동 패턴을 분석한 결과 한국이 여행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동아시아 순환여행 과정의 한 구간으로 소비되는 경향이 뚜렷해졌다. 방한 전후 방문 국가를 보면 일본, 태국, 홍콩, 대만, 중국, 싱가포르 등 인근 단거리 국가가 대부분을 차지했고 이동 순서에서도 동일 국가군이 반복되는 흐름이 나타났다. 한국을 중심으로 주변 국가를 연속 방문하는 네트워크형 이동이 일반화되면서 전통적인 단일 목적지 모델과는 다른 수요 형태가 자리잡은 셈이다.
숙박일수를 보면 단기체류 중심의 일정 고착화가 더 분명하다. 단체관광객의 방한 전 체류일수는 4박 이상이 71.3%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지만, 방한 이후에는 2박이 63.4%, 1박이 30.5%, 당일여행이 6.1%로 급격히 짧아진다.
개별관광에서 나타나는 단기 일정 역시 단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단기투어상품 이용 기간 데이터를 보면 전체 이용자의 53.5%가 당일투어, 29.5%가 1박을 선택해 1박 이하 단기 일정이 83%에 달했고 3박까지 포함하면 92.9%였다.
즉 여행 형태와 국가군에 관계없이 전체 방한 수요가 1일에서 3일 사이로 일정이 고정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짧은 일정은 상품 소비에서도 반복된다. 단기투어상품 이용 경험은 전체 응답자의 9.5%로 미경험자가 90.5%였으나, 상품 이용자의 과반이 당일 중심 일정에 몰리면서 단기 일정 중심의 수요를 더 강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방한 전후 이동 국가가 모두 동아시아권에 집중된 구조에서 짧은 시간 안에 소비를 압축하는 투어상품과 이동 패턴이 결합해 단기 체류가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다.
휴양과 휴식에 대한 만족도는 100점 환산 기준 90.4점, 5점 만점 기준 4.6점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만족·매우만족 응답이 94.9%(27.5%+67.4%)에 달했고 불만족 응답은 0.5%에 불과했다.
서비스 접근성, 안전성, 여행 편의 등 기본 경쟁력은 확보됐음에도 평균 체류일수가 늘지 않는 괴리가 존재하는 셈이다. 방문 횟수는 증가했지만 머무는 시간과 소비의 깊이는 얕고 지역으로의 확산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 관광의 양적 회복이 질적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한계가 드러난다.
이동 경로가 아시아권 내에서 순환되고 체류일수가 3일 이내에 고정되는 현상은 한국이 여전히 여행의 종착지가 아니라 이동 네트워크의 중간 정류장에 머무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단기소비 중심 패턴이 지속될 경우 관광산업의 회복이 일정 수준에서 정체될 가능성을 지적한다. 체류일수 확대와 지역 분산을 유도할 상품 개발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현재의 방문자 증가는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과제가 남는다. /이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