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세종이 선택한 또 하나의 서사

2025-11-18     세종일보
드론으로 촬영한 세종 이응다리 전경

세종시가 김진명 작가의 역사소설 '세종의 나라' 집필 과정에 시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토론회를 연 것은 신도시 세종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또 하나의 방법에 대해서 보여준다.

세종은 행정수도로서 국가적 기능을 수행하지만 문화적 서사는 여전히 형성 단계에 있다. 

이번 논의는 행정 숭심의 도시가 아닌 문화와 철학을 담은 도시로 확장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작품 일부를 시민에게 공개하고 의견을 수렴한 절차는 창작 과정의 공개성을 높이는 방식일 뿐 아니라 도시 정체성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가려는 실험에 가깝다.

김 작가가 강조한 한글 창체의 가치. 즉, 백성에게 쉬운 글을 제공함으로써 약자를 포용한 통치 철학은 현대 세종시가 지향해야 할 공공성의 방향과도 닮아 있다. 

제송의 행정 정책, 문화 정책이 이 정신을 실제 제도와 서비스에 반영하려면 시민 참여를 전제로 한 행정 구조가 요구된다. 문학이 담아내는 역사적 서서와 현실의 행정 가치가 만나야 비로소 도시의 정체성이 만들어진다. 

세종시는 그동안 국가 행정 기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나 문화적 기원과 스토리를 체계적으로 축적하지 못했다. 이번 토론을 통해 제시된 의견이 작품에 반영된다면 세종의 서사는 행정의 도시를 넘어 문화의 도시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과 전문가, 작가가 함께 도시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흔치 않다. 이번 논의가 일회성 행사로 끝나지 않고 세종시가 추구하는 미래 전략 도시의 밑그림이 되기를 기대한다.